한겨레

엄마는 미화원이었다. 그날 아침 청주의 한 아파트 청소 일을 하러 버스에 오른 뒤 돌아오지 못했다.

조문객을 받는 내내 딸은 정신줄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엄마가 어떤 분이었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눈물을 꾹 참고 대답하던 딸은 발인이 시작되자 무너져버렸다.

“엄마, 엄마, 엄마.” 딸이 오열하며 엄마를 찾았다. 영정 속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엄마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희생자인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한 박씨는 15일 아침 여느 날처럼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박씨가 탄 747번 급행버스는 오송역∼청주 시내∼청주공항을 운행하는 노선이었다. 그러나 버스는 폭우로 막힌 길을 피해 우회하다 궁평2지하차도로 들어섰고, 범람한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를 덮쳤다.

사고 전 박씨는 “출근하는데 차가 통제돼 집으로 돌아간다”며 아들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한다. 사고 뒤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딸이 실종 신고를 했다. 물에 잠긴 지하차도에 갇혔던 박씨는 이튿날 오후 1시44분 주검이 되어 지상으로 나왔다.

“엄마, 다음 생엔 부잣집에서 태어나. 그래서 악착같이 아등바등 살지 말고, 넉넉한 집 사모님으로 곱고 편안하게 살아.” 딸이 엄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오전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이번 참사로 숨진 대학생 안아무개(24)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안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했다. 마지막 길을 가족과 친구들이 배웅했다. 딸의 영정을 뒤따르던 어머니의 무릎이 꺾였다.

같은 장례식장에서 조아무개(32)씨의 발인도 있었다. 오송의 한 스타트업 육성기관에서 일하던 조씨는 747번 급행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생전 조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이태원·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글이 회자되기도 했다. 아들의 뒤를 따라가며 조씨의 어머니가 서럽게 울었다.

이날 청주에선 지난 16일 수습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8명의 발인이 4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17일 수습된 희생자 5명의 발인은 19일 예정돼 있다. 충청북도는 유족들과 장소에 대한 협의가 끝나는 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