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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국가 헛다리 짚을 때…20분 전 시민 전화가 주민 살려

등록 2023-07-18 18:00수정 2023-07-19 01:30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는 등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는 등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지난 15일 아침 8시19분. 제방이 무너진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는 김호동(64)씨의 부인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 현장의 감리단장인 최아무개씨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둑이 무너졌으니 얼른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놀란 김씨 부부가 컨테이너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강물이 건물 쪽으로 세차게 들이치고 있었다. 부부는 휴대전화만 들고 나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살을 거슬러 공사 중인 다리 위쪽으로 겨우 피했다. 간신히 살아나 숨을 돌리니 다리 건너편으로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모습이 보였다. 김씨 부부는 112와 119에 거듭 전화해 “지하차도에 물이 차서 다 죽어간다. 빨리 와서 구해야 한다”고 외쳤다.

시시티브이(CCTV)상 확인되는 침수 시점은 아침 8시40분께. 김씨는 “우리 건물 밑이 바로 지하차도다. 우리가 겨우 살아 나왔으면 지하차도는 이미 물이 꽉 차버린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 부부 역시 감리단장 최씨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 강물에 휩쓸렸을지도 모른다. 김씨는 그날 새벽 6시께부터 노동자들이 공사현장을 왔다갔다하며 임시 제방을 보강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김씨는 “둑을 막다가 강물이 너무 밀려 들어오니까 다 도망갔을 거다. 우리 집이 제일 급하니까 감리단장이 둑 터지자마자 전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은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는데 김씨 부부는 위험을 고지 받은 적이 없었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한 물살에 부서진 건축 작업대. 미호강물은 공사 중인 미호천교를 지나 ‘오송 궁평 지하차도’로 향했다. 김가윤 기자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한 물살에 부서진 건축 작업대. 미호강물은 공사 중인 미호천교를 지나 ‘오송 궁평 지하차도’로 향했다. 김가윤 기자

앞서 최씨는 경찰에도 아침 7시4분과 7시58분에 각각 두 차례 신고했다. “미호천교가 넘치려고 한다.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며 범람 우려를 신고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다른 장소로 출동했다. 경찰은 아침 8시45분에야 소방공동대응 신고를 받고 궁평2지하차도로 갔고, 16분 뒤인 9시1분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로부터 현장 도착시각까지 사실상 2시간여간 ‘우왕좌왕’한 셈이다.

소방당국은 아침 7시51분 “미호강 제방 유실이 우려된다”는 119 신고를 접수했다. 이어 아침 8시3분에는 소방대원이 미호강의 범람을 확인한 뒤 청주시 당직실에 내용을 전파했다. 충북소방본부는 제방이 붕괴한 뒤인 아침 8시45분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 사고 신고를 접수했고 5분 뒤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경찰과 소방은 신고를 받고 구청이나 시청에 전달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범람 가능성을 통보 받은 관계기관은 도청이나 충북도로관리사업소 등에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

국무조정실과 경찰은 이번 사고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당시 경찰과 소방이 신고를 받은 뒤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 등도 이번 감찰·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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