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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는 위험신호 뭉갰고, 경찰·소방 대응은 허술했다

등록 2023-07-18 20:16수정 2023-07-19 08:31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고 주요 시설물이 잠기는 재난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행정기관들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충청북도는 사고 2시간 전부터 이어진 ‘범람 위험’ 통보와 ‘재난 문자 요청’ 전화를 받고도 뭉개버렸다. 소방본부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의 범람을 알고도 상부 기관에 전파하지 않았고, 청주시와 흥덕구청, 경찰도 상황 전파와 현장 확인 과정에서 책임 회피와 실수만 연발했다. 재난대응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침수 당일인 지난 15일로 시곗바늘을 돌려 보면, 14명이 희생된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날 새벽 4시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강)교 일대에 홍수경보를 내렸다. 청주 미호천교 주변인 오송엔 전날 154㎜, 이날 170㎜ 이상 물폭탄이 쏟아졌다. 홍수경보 발령 당시 수위는 7.69m. 비는 계속됐고, 강물은 빠르게 불었다.

미호천교에서 교량 공사를 해온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새벽 4시30분 현장에 나갔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 사이 급하게 쌓은 임시제방이 유실될까 우려됐던 것이다. 포클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제방 위에 천막을 씌우고 흙·모래를 덮었다. 현장엔 소장과 감리단장 등 6명이 있었다.

6시31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수위는 9.2m까지 올랐다. 행복청은 충청북도에 전화했다. “미호천 범람 위험이 있다. 재난문자 요청한다.” 행복청은 7시2분에도 충청북도에 같은 전화를 했다. 홍명기 자연재난과장은 “이 전화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6시34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을 관할하는 청주시 흥덕구청 하천방재팀에 전화했다. “주민 대피 등이 필요하다. 매뉴얼대로 하라.” 하천방재팀은 6시36분 청주시청 국가하천팀, 6시39분 안전정책과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하지만 상황 전파는 충청북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흥덕구는 홍수통제소가 ‘교통통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차량의 도로 진입을 막지 않았다. 18일 청주시가 밝힌 당시의 조처 상황은 ‘궁평지하차도 현장 확인’(4시52분 구청 건설과), ‘정중리 토사유출 조처’(5시24분 오송읍) 등이다.

7시2분 임시제방 보강 작업을 하던 행복청 감리단장 최아무개씨가 범람 위기를 직감하고 충북경찰청 상황실에 전화했다. “제방이 넘치려 한다. 주민들이 대피해야 할 것 같다.” 통화는 1분10초 정도였다. 경찰은 “갈게요”라고 짧게 답했다.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장은 “7시5분 흥덕구청에 알리고, 7시35분 흥덕서 상황관리관이 탑연삼거리 차량 통제에 나섰고, 7시45분 오송읍에 대피 방송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후속 조처가 없자 다급해진 행복청 감리단장은 7시58분 다시 112 전화를 했다. “궁평 교차로·지하차도가 잠길 수 있다. 차가 못 가게 통제해야 한다.” 전화를 받고 오송파출소 직원 3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1명은 궁평1지하차도, 순찰차를 탄 2명은 쌍청리 교차로로 갔다. 궁평1지하차도는 참사가 난 궁평2지하차도와 600m, 쌍청리는 1.2㎞ 떨어져 있다.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범람한 강물이 차량 17대를 모두 집어삼킨 9시1분이었다.

소방의 대응도 어정쩡했다. 충북소방본부 소방대원은 주민 신고를 받고 미호천교 주변 현장을 살핀 뒤, 8시3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제방이 무너지고 미호강이 범람한 상황을 알렸다. 119종합상황실은 청주시청 당직실에 같은 내용을 전파했지만, 정작 충청북도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사이 임시제방을 쓸어버린 미호강은 수마가 돼 궁평리 등 오송 일대로 빠르게 물을 쏟아 보냈고, 곧바로 궁평 1·2지하차도까지 삼켜버렸다. 18일 충청북도가 내놓은 당시 상황을 보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8시27분 지하차도로 빗물 유입이 시작됐다. 5분 뒤 상단에서 빗물이 유입되면서 주행이 어려워졌고, 8시40분 침수로 통행 불가 상태가 되더니, 8시44분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지하차도를 관리하던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이런 상황을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봤지만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박준규 충청북도 재난안전실장은 “워낙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소방본부는 8시45분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충북소방본부는 8시50분부터 구조에 나서 10명을 구조했다. 9명은 경상이었고, 심정지 상태였던 ㄱ(32)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나머지 13명은 16~17일 주검이 돼 세상에 나왔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홍수로 제방이 무너졌는데, 바로 옆 지하차도가 침수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아이티(IT) 강국임을 자부하는 나라의 안전관리가 아날로그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오윤주 김가윤 최예린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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