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기록적 폭우에 따른 대책을 언급하면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명의 인명을 앗아간 국가적 재난에까지 ‘이권 카르텔’ 척결을 연결짓고 비판 세력을 겨누면서 정치적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정부는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에 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의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붕괴 마을 (피해) 100% 보전에 투입하라. 국민 눈물을 닦는 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의 발언은) 수해 복구에 정부 재원을 충분히 투입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 불필요한 각 부처 정부보조금을 긴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불합리한 보조금은 모두 ‘제로’로 만들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라며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 총액이나 항목이 정리돼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조금 삭감 금액 등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르텔 보조금 척결’ 의지와 ‘수해 복구 재원 투입’이 두서없이 무분별하게 뒤섞여 나온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이 국가 재난 상황 속에서 시민사회 등 비판 세력 때리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수해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며 “수해 복구 재원과 관련한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하라”고 말했다. 김가영 정의당 대변인도 “남의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대통령 자신부터 재난 대응에 만반의 태세를 갖춰도 모자랄 상황인데, 뜬금없이 범인은 카르텔이라며 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옥죌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염치가 있다면 이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으로, 이 두가지를 엮는 것이 첫번째 오류다. 액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보조금을 어떻게 산출할지가 불명확한데 그것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 두번째 오류다”라며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고 적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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