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자치단체장인 지역에 10만명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고된 날에 360㎞ 떨어진 자매도시 축제장을 찾는가 하면, 참사가 발생하기 2시간 전 이미 사고 조짐을 보이는 현장 부근을 지나면서도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한 탓이다. 인파 사고 위험을 감지한 뒤 경찰이나 구청과 필요 조치를 논의하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상황을 알린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3일 용산구 설명을 들어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서울을 떠나 고향인 경남 의령군을 찾았다. 박 구청장이 서울로 돌아온 시간은 같은 날 저녁 8시쯤이다. 경찰 쪽에 최초로 ‘압사당할 것 같다’란 112 신고가 들어온 시각(저녁 6시34분)으로부터 1시간쯤 지난 시점이다. 박 구청장 쪽은 의령에 간 이유에 대해 “의령군은 용산구와 자매도시다. 지역 축제를 연 의령군의 초청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서울로 복귀한 박 구청장이 저녁 8시20분쯤 귀가하며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가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이 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박 구청장의 평소 출퇴근길이라고 한다. 박 구청장이 이 길을 지나기 10여분 전인 저녁 8시9분 경찰에는 ‘사람들이 다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있었다.
박 구청장은 퀴논길을 걸어 집에 간 뒤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경찰이나 소방 등에는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공적 라인으로 대책을 촉구하지 않고, 자신의 구청장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상황 보고부터 했다는 뜻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