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사고 책임론에 거듭 선을 그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문화방송>(MBC)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사망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구청장은 <문화방송>의 용산구청의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작년보다는 (인파가)많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많을 거라고는…”이라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또 핼러윈 행사에 대해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도 했다.
이 발언 역시 용산구청에 제기되는 책임론에 선을 그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재난안전법에 따른 매뉴얼에는 ‘지자체나 민간이 개최하면서 천 명 이상 참가하는 지역 축제’는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지난 15~16일 이틀간 이태원에선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모였으나 구청 직원과 경찰이 다수 투입돼
안전사고에 대비한 통제가 이뤄졌다. ‘현상’이라는 박 구청장의 발언은 ‘주최자’가 없는 핼러윈의 경우 구청의 대비 의무가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구청이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낸 입장문에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언급도, 사고 예방을 못 한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한겨레>에 “영혼 없는 사과보단 정확히 어떤 사전 준비를 했고, 실제로 잘 시행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담당 부서와 사전 준비 대책이 어느 게 적용되고 어느 게 안 됐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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