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구민과 함께하는 이태원지구촌축제에 참석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제공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는 30일 저녁 5시께 기자들에게 ‘구청장 입장문’을 메일로 보냈다. 메일에는 ‘용산구청장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었다. 메일 확인 즉시 두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두시간쯤 지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박 구청장은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는 “행사 사전 안전 대책 등을 11개 부서가 취합 중”이라며 “곧 관련 자료를 통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고 후 하루가 다 되도록 구청장을 비롯해 용산구청 담당자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젯밤 10시51분 현장 보고를 처음 받았다. 현장에서 30명이 한꺼번에 밀려 쓰러졌다는 보고였다. 비서실과 부구청장, 간부들에게 대기하라고 연락했다. 현장에 10시58분 도착했다. 현장에서 통로 확보하느라 행인들에게 밀지 말고 길을 막지 말라고 너무 악을 써서 목소리가 쉬었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도 같이 했다.
—입장 표명은 왜 이렇게 늦었나?
“어젯밤 시신 후송할 공간 수소문해서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들어오고 장례식장으로 나가는 분들 하나하나 확인 작업을 했다. 마지막 운구가 오늘 새벽 6시였다.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신고센터 마련하고 가족 찾으러 온 분들 담요 준비하고, 서울시 직원들과 함께 용산구청에서 신원 확인 작업을 했다. 순천향병원과 부상자들을 연결하고, 병원 이송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오늘 오후까지 보도자료 만들 여유가 없었다. 현장 수습이 가장 중요했고 구조를 빨리 해야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가 외부인이 통제된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5시에 낸 입장문에는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언급도, 사고 예방을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다.
“영혼 없는 사과 보단 정확히 어떤 사전 준비를 했고, 실제로 잘 시행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담당 부서와 사전 준비 대책이 어느 게 적용되고 어느 게 안 됐는지 파악하고 있다.”
—어떤 사전 대책이 있었나. 경찰과 소방에 협조 요청 안 하지 않았나.
”11개 부서가 각각 경찰과 지하철에 협조 요청 하는 등 계획 세우고 회의한 걸로 안다. 첫 회의 날 난 다른 행사가 있어서 사전에 지시사항 전달하고 회의가 끝난 뒤 결과를 보고 받았다. 지금 담당 부서가 사전 대책 리스트를 확인 중이다. 곧 관련 자료를 낼 예정이다.”
—행사 안전관리계획을 지역 안전관리위원회나 안전관리 민관협력위에서 심의했나.
“그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잘못된 답변을 하면 안 되니 부서 확인 이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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