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 제공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참사 발생 3일 만이다.
박 구청장은 1일 입장문을 내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며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태원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의 책임론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떠밀리듯 내놓은 첫 사과문이다. 박 구청장이 언급한 ‘송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표준국어대사전)이다.
박 구청장은 “지금은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기간이고 장례절차 및 부상자 치료 지원 등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면서 “애도 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구청장은 10월30일 <한겨레>에 “영혼 없는 사과보단 정확히 어떤 사전 준비를 했고, 실제로 잘 시행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입장문에 전날 문화방송(MBC) 인터뷰에 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인터뷰에서 용산구청의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며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용산구는 그동안 책임론에 대한 입장은 피한 채 사과나 책임 표명보다는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에는 ‘박희영 구청장, “사고수습 만전 기할 것”’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고, 31일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이날은 ‘구체적 후속 대책 추진 “말보다 행동으로”’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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