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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새하얀 털·파란 눈…히끄를 똑닮은 너는 ‘하끄’?

등록 2020-07-01 10:59수정 2020-08-06 11:06

[애니멀피플] 기고/한카피의 길고양이 ‘하끄하끄’ 임보일기

‘히끄’네 동네인 제주 오조리에 나타난 길고양이 ‘하끄하끄’. 꼬질꼬질 했던 하끄하끄는 현재 냥빨하고 꿀고양이로 거듭나 있다. 밭에 가는 옆집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하끄하끄.
‘히끄’네 동네인 제주 오조리에 나타난 길고양이 ‘하끄하끄’. 꼬질꼬질 했던 하끄하끄는 현재 냥빨하고 꿀고양이로 거듭나 있다. 밭에 가는 옆집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하끄하끄.

제주도 동쪽마을 오조리에는 동물친구들이 모여삽니다. 길고양이 출신 우주대스타 히끄, 작은 누렁이 냇길이와 멍줍 강아지 소금이가 있습니다. 애피 웹툰 ‘너와 추는 춤’‘히끄의 탐라생활기’로 친숙했던 오조리에 새로운 동물 손님이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히끄만큼 하얗고, 찰떡같이 똑똑한 꿀고양이 하끄는 어떻게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됐을까요? 자칭 ‘충성스런 개빠’ 한민경(닉네임 한카피)씨가 임보 일기로 냥줍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합니다.

내가 사는 제주는 지금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온종일 쏟아지는 비를 보며 산책하러 나가기를 기다리는 우리 집 개들에게 “지금은 비가 와서 나갈 수가 없어” 하고 말을 한다. 그럼 우리 집 반려견인 호이와 호삼이는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눕는다. 호이는 7년, 호삼이는 5년을 같이 살았으니 이제 이 정도는 금방 알아듣는다.

장마가 길어지면 산책 타이밍을 고민하는 만큼 밥을 챙겨주는 길고양이들의 안부가 걱정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며칠 전에 집으로 들인 하얀 고양이 하끄하끄를 보며 장마 전에 집안으로 들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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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에 하늘을 담은 길고양이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다 보면 몇 년간 찾아오는 단골 고양이도 있고, ‘쟤는 누구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지?’ 하는 신규 고양이도 있다. 영역을 옮겨가며 출몰을 반복하기에 네다섯 번쯤 밥을 먹으러 오면 그때야 이름을 지어주고는 한다. 그렇게 챙겨주는 고양이가 7년째 오는 줄무줄무를 시작으로 뉴규뉴규, 민소히끄, 태평태평이 있다.

고양이들은 코리안 숏헤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고양이들이다. 이름은 기억하기 쉽게 무늬나 특징에서 따오고, 4글자로 이름 짓는 나름의 전통이 있다. 그렇게 이름 붙여진 우리 집 길고양이들 가운데는 지금은 집사를 잘 만나 우주 대스타로 불리는 히끄도 있다.

사료를 먹으러 오긴 하지만 사람 손은 타지 않는 길고양이들. 그래서 개와 함께 사는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챙겨줄 수 있는 고양이들. 나는 정말 딱! 여기까지가 좋았다. 그러나 그런 나의 소박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리안 숏헤어들 사이에서 터키쉬 앙고라로 추정되는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제주 오조리에서 히끄는 우주대스타로, 하끄하끄는 우주소스타로 불리고 있다.
제주 오조리에서 히끄는 우주대스타로, 하끄하끄는 우주소스타로 불리고 있다.

눈 색은 맑은 날의 하늘색이었다. ‘이름 붙여 주지 말자, 곧 사라지겠지 다음에 또 밥을 먹으러 오면 그때 이름 붙여줘도 늦지 않아’ 하고 외면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기다렸다. 그리고 두 번째 나타났을 때 나는 네, 다섯 번쯤의 룰을 깨고 ‘하끄하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은 위에서 말했듯 외관에서 따오는데 하늘을 닮은 눈 색에서 ‘하’를 길고양이로는 흰 고양이가 드물기에 우리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흰 고양이 히끄에서 ‘끄’를 가지고 와 ‘하끄하끄’라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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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집냥이…간택도 자연스러웠다

하끄하끄는 다른 길고양이들과 패턴이 달랐다. 처음 나를 봤을 때 조금 놀라긴 했으나 도망가지 않았다. 동네를 돌아다니지 않았고, 옆집 할머니 댁 평상 아래 종일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얼굴엔 눈곱이 가득했고, 오른쪽 발에는 상처가 있고, 상처는 피로 엉켜있었다. 털은 흰 고양이로 추정될 뿐 회색에 가까웠고, 귀는 곰팡이가 펴 털이 빠져 있었다. 그런 꾀죄죄한 모습인데 사람을 좋아하는지 냄새나고 더러운 털을 내 몸 여기저기에 비볐다.

이 녀석은 누가 봐도 극강의 집냥이였다. 하끄하끄는 이름 부르면 평상 밑에서 나왔고, 그르릉거렸으며, 내 다리에 꾹꾹이를 해주었다. 식칼을 들고 밭으로 가는 할머니가 담벼락에 잠시 기댄 틈에 할머니 팔에 얼굴을 비벼댔고, 방충망을 고치러 온 낯선 아저씨에게 배를 보였다.

문 열어둔 게스트하우스가 제 집인냥 자리를 잡고 누운 하끄하끄.
문 열어둔 게스트하우스가 제 집인냥 자리를 잡고 누운 하끄하끄.

나는 제주에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데 하끄하끄를 본 게스트들은 하끄하끄에게 츄르를 주기 바빴고, 녀석은 그래서인지 사료를 잘 먹지 않았다. 하끄하끄를 본 사람들은 녀석의 눈 색을 찬양하면서, 집냥이 같은데 험한 길 생활을 어찌할지 걱정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길고양이들은 영역 다툼을 하느라 하루가 멀다 하게 상처가 나고, 약한 녀석들은 눈치껏 사료를 먹으러 오곤 하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동네를 산책하고 왔는데 하끄하끄가 문 열어둔 게스트하우스 안에 누워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저 녀석을 입양했던가?’ 착각이 들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 사진을 SNS에 올리니 “하끄하끄야 그렇게 눌러앉아”, “잘했어 자연스러웠어”, “딱 붙어 있어”같은 리플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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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고양이는 냥빨하고 입양 대기중

그리고 참 별것도 아닌 리플이었는데 “냥빨하고 입양홍보 가시죠”라는 글에 ‘그래 이 정도로 성격이 꿀 같은 고양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에겐 히끄를 훌륭하게 키운 히끄아범과 나를 도와 호이와 호삼이 그리고 몇 건의 길 개들을 입양 보낸 서점장이라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그 길로 셋이 모인 대화방에 의견을 물었다. 둘 다 찬성을 했고 우리는 냥빨과 임시보호 작전에 들어갔다. 하끄하끄는 그것도 모르고 카톡하는 내 옆에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하끄하끄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꿀냥이었다. 발톱 깎기, 목욕, 드라이하는데 발톱을 세우거나 하악거리지 않았다. 입양은 정말 어렵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샴푸를 두 번 해도 벗겨지지 않는 묵은 때와 발톱 깊이 낀 흙, 털 안쪽에 딱지 진 상처, 우느라 쉬어버린 목소리로 녀석의 길 생활이 녹록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하끄하끄. 이제 고생은 끝났어~
집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하끄하끄. 이제 고생은 끝났어~

‘이제 고생은 끝났어, 좋은 반려인을 찾아보자.’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히끄아범은 히끄가 쓰던 화장실과 두부 모래를 챙겨왔고, 서점장은 스크래쳐와 박스를 구해와 고양이가 좋아할 환경을 만들었다. 나는 호이와 호삼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고 친구들은 그사이 하끄하끄를 무사히 집안으로 들였다. 다행히 우리 집은 복층이라 개와 마주치지 않고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하끄하끄가 집으로 들어왔다. 녀석은 언제 길에 살았냐는 듯 집냥이의 면모를 하나하나 회복해 나갔다. 화장실을 가리는 건 물론 길고양이들은 반응하지 않는 장난감에도 “아 이거~ 늘 가지고 놀던 거야~” 말하듯 잘 놀았다. 사람을 보면 내내 그르릉거렸고, 틈만 나면 꾹꾹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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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 첫 고양이로 기억할게”

나는 평생을 개와 함께 살아온 ‘개파’였다. 우리 강아지들 이야기로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그곳에도 ‘개파’로 남아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써둘 정도였다. 그런 내가 집사가 된 것은 일시적인 일이지만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하끄하끄는 좋은 집사를 찾아 곧 우리 집을 떠날 것이다.

고양이들의 기억력은 개들과 다르다니 임시보호한 우리를 잊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들은 집사를 간택한다지. 나는 그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낸 너를 나는 ‘첫 임보 고양이 하끄하끄’로 평생 기억하고 살 것 같다.

글·사진 한민경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 대표·<호호브로 탐라생활> 저자

*고양이 하끄하끄는 현재 입양처가 정해져 곧 임시보호 생활을 마치고 평생 보금자리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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