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제주탐묘생활’ 1등 공신은 단연 ‘마감요정’ 히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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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년 동안 <애니멀피플>에 기고한 글들을 엮어서 책 ‘제주탐묘생활’을 출간했다. 첫 책 ‘히끄네 집’ 이후 5년 만이다.
첫해에는 칼럼을 쓰는 게 나와의 싸움이었다면, 두 번째 해에는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생활에 책임감을 느끼게 해줬다. 세 번째 해에는 평범한 일상에서 고갈된 소재를 찾기 위해 특별하게 지내려 했다. 재작년에는 이제 소재가 없는 것 같고, 민박 운영과 협업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기고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자유롭게 분기별로 써달라고 붙잡아 줘서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 작년에는 히끄네 농장을 시작하면서 마감할 시간이 더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썼고 5년을 채운 해가 됐다. 그리고 올해에는 그 결실이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다.
두 번째 책 출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새로 글을 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만약 출간하게 되면 <애니멀 피플>에 기고한 칼럼을 묶어서 책을 낼 것 같아요”라고 말하곤 했다. ‘히끄네 집’은 에스엔에스(SNS)에 몇 줄 적은 글을 보고 고양이책 전문출판사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님이 먼저 연락을 해 와 출간이 이뤄졌다.
일상의 대부분을 히끄와 함께 하다 보니 사진첩에 히끄 사진 뿐이다. 멀쩡한 캣타워보다 수납장 안이 좋다는 아들내미.
반면 이번 책 ‘제주탐묘생활’은 내가 직접 출판사에 연락해 출간을 준비했다. 다른 대형 출판사에서도 여러 번 출간 제의를 받긴 했지만 <야옹서가> 만큼 고양이 책을 잘 만들어 줄 출판사일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책을 작업하면서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처음에는 써 놓은 원고가 있어서 쉽게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히끄와 함께 살았던 8년 동안 외장 하드에 정리를 안 하고 차곡차곡 모아만 둔 10만장의 사진을 분류하는 게 난관이었다. 휴대폰에 고양이 사진이 대부분인 건 반려인이라면 당연히 공감할 것이다.
책에 넣을 사진을 고르는 게 힘들었다. 어떤 사진은 눈을 감아서 귀엽고, 또 어떤 사진은 눈을 떠서 귀여웠다. 분명 히끄가 성묘일 때 입양했다고 생각했는데 8년 전, 히끄의 얼굴은 아기 같았다. 매일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세월이 사진으로 보니 새삼 느껴졌다. 히끄도 벌써 중년이구나. 어쩐지 찡했고 우리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히끄네 농장’이 한창 바쁠 겨울이라 차분히 앉아서 사진을 고르는 게 불가능했다.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파는 ‘히끄네 농장’의 겨울은 각종 감귤류 출고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인공지능(AI)으로 사진을 분류하고 정리해주는 회사가 있어 외주를 맡겨 사진을 1차로 골랐다. 책에 들어가면 좋을 사진 최종본은 출판사에서 맡아서 골라주었다.
다행이었다. 히끄의 귀여운 모습 중 단 몇 장만을 고르는 것은 반려인으로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진뿐 아니라 글도 중복되는 내용은 과감하게 편집했다. 편집 도중 부족한 사진과 원고도 꾸준히 추가해야 했다. 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나의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첫 책을 냈던 5년 전, 난 ‘히끄네 집’이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5년간의 기록을 출판물로 만든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출간 3주 만에 3쇄를 찍게 됐다. 1년에 6만 권이 넘는 책이 나온다. 환산하면 하루에 나오는 신간이 177권이라는 소리인데 그중 한 권인 내 책이 다시 사랑받게 되었다.
지난 4월1일 서울 마포구 카라 킁킁도서관에서 북토크를 열었다. ‘히끄네 집’ 이후 5년 만에 독자들을 직접 만난 자리라서 긴장됐지만, 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날이었다.
모두 히끄와의 소소한 생활을 지켜봐 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이었다. 책 출간 이후 서울에서 한 번, 제주에서 한 번 북토크를 진행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 방방곡곡의 독자들을 만나고 싶지만 생업이 바빠 초청해주는 행사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5년 만에 진행하는 독자와의 만남이라 너무 긴장됐다. 극내향인인 나는 독자들보다 행사에 같이 참여한 ‘야옹서가’ 대표님 얼굴과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운영하는 ‘킁킁도서관’에서 진행했던 북토크에는 민박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와줘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북토크 행사가 끝나고 오신 분들에게 사인을 해드렸다. 와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직접 구운 빵과 유명한 떡집의 떡을 선물로 받았다. 감사한 선물은 제주로 돌아와 민박 손님과 북토크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더해졌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