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두 눈 없는 어린 고양이, 흰둥이에 대하여
어느 날 사라졌다가 양쪽 눈이 손상된 채
다시 나타난 흰둥이 돌본 사람들
이제 빛이 없는 새로운 삶을 배워야 한다
어느 날 사라졌다가 양쪽 눈이 손상된 채
다시 나타난 흰둥이 돌본 사람들
이제 빛이 없는 새로운 삶을 배워야 한다
양쪽 눈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 ‘흰둥이’는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눈이 터진 길고양이 흰둥이가 태어난 아파트 단지에는 흰 수컷 성묘 한 마리가 이미 살고 있었다. 흰둥이는 그 애의 자식으로 추정된다. 흰둥이의 구조를 요청한 제보자에 따르면, 어릴 적의 흰둥이는 아주 아름다운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흰둥이는 아파트 단지의 케어테이커(캣맘·캣대디)들이 주던 밥을 먹고 무럭무럭 컸다. 그러다 6개월령 즈음이 됐을 무렵 흰둥이가 모습을 감췄다.
구조 현장에서 만난 흰둥이. 두 눈이 터져있고 진물로 인해 안면 피부의 털까지 벗겨졌다.
아무도 구조할 수 없었던 생명 흰둥이는 아파트 건물 실외기 아래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잿빛으로 돌출됐던 눈은 더 악화하여 빨갛게 터져 부푼 모양새였고, 얼굴 살갗은 헐어서 문드러져 있었다. 반대쪽 눈도 상태가 악화한 건 마찬가지였다. 흰둥이가 그 눈을 하고서도 그나마 살아있을 수 있던 것은 평소 흰둥이에게 밥을 주던 케어테이커들이 있어서였다. 흰둥이는 그 사람들의 목소리와 밥 자리를 기억했기에 영양을 공급받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조해 병원으로 데려가 살펴본 흰둥이의 상태는 더 처참했다. 야속하게도 흰둥이의 돌출된 빨간 안구에는 지저분한 지푸라기가 감겨 있었다. 그리고 흰둥이의 호흡을 따라 돌출된 안구와 피부 사이로 빈 검은 공간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기를 반복했다. 오른쪽 눈 근처의 피부는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반대편 눈 또한 터져 결착되어 있었다. 원인은 심각한 허피스 혹은 녹내장 등의 질병으로 추정된다. 흰둥이는 구조 후 바로 다음 날 수술대에 올랐다. _______
모두의 마음으로 살려낸 묘생 흰둥이의 수술비는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수술 후 적출한 눈의 상처가 다 아물고 짓물렀던 피부에 뽀얗게 흰 털이 올라오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흰둥이를 응원해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그 한 달 동안 흰둥이는 사람에게 차분하게 적응하기도 했다. 병원 선생님 품에 곧잘 안겨 있을 정도로.
수술 후, 휴식을 취하는 흰둥이.
자꾸 눈의 실밥을 건드려 상처가 덧나 붕대를 두르고 넥카라를 씌웠다.
편견 없이, 한 마리의 고양이로서… 한국 사회에서 장애나 질병이 있는 길고양이나 유기동물은 살아남기 힘들다. 치료받기도 힘들뿐더러 장애동물의 반려에 대한 시각이 아직 협소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장애동물의 입양은 무척 희귀한 소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냥 고양이 한 마리로서 살아가고 있는 흰둥이를 바로 마주한다면, 이 애와 함께 살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흰둥이는 ‘피오나’가 있는 크롬케이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같은 묘사에서 평생 가족을 기다리게 된 흰둥이(뒤쪽)와 피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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