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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이름 없이 죽어간 ‘어미 누렁이들’을 위하여

등록 2020-04-28 14:19수정 2020-04-28 15:56

[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새끼들 앞에서 어미개 목 매단 동물학대 벌어져
‘개 식용’ 멈추기 위해 임의도살금지법 제정되야
경기도 광주에서 새끼들 앞에서 어미 개를 목 매달아 죽인 동물학대사건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구조된 새끼 강아지.
경기도 광주에서 새끼들 앞에서 어미 개를 목 매달아 죽인 동물학대사건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구조된 새끼 강아지.

‘디아나’가 육아를 졸업했다. 2개월령의 다섯 형제가 디아나에 대한 관심을 조금 거두고, 이제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젖을 떼고 디아나 자신도 깨끗한 사료를 먹게 되면서 살이 좀 붙기도 했다. 구조 당시 갈비뼈가 훤히 보이도록 말랐던 몸은 이제 좀 건강해 보인다. 요즘 디아나는 활동가들과 함께 의젓하게 산책을 다니고, 봄바람을 쐬며 따뜻한 봄을 맞았다.

어린 오형제도 제 세상을 만났다. 굶주리던 지난 날을 보상받겠다는 듯 아주 열심히 사료를 먹고 하루에 0.2㎏씩 쪘다. 관심을 달라고 귀가 찢어져라 짖기도 해서 행동교육이 시급한 상태다. 토실토실한 강아지들은 한데 모여서 짓궂게 장난치고 뛰어놀기 바쁘다. 사실 이들 모두가 친형제는 아니다. 한 가족처럼 자랐을뿐, 몇 마리는 디아나의 새끼들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개의 새끼다. 그 개는 얼마 전 새끼들이 보는 눈 앞에서 목이 매달려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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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어미개 도살사건의 전말

제보자는 인근에 이사온 지 오래 되지 않은 주민이었다. 대낮에 집 건너편 공장지역에서 개 비명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달려갔을 때는 어미 개 한 마리가 목이 매달려 있었다. 그 앞으로 꼬질꼬질한 새끼들이 올망졸망 모여있었다. 제보자는 달려가 목이 매달린 개를 부여잡고 소리치며 도살 행위를 중지시켰다. 그 직후 피를 토하던 어미 개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어미 개는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구조 전 ‘디아나’와 새끼들.
구조 전 ‘디아나’와 새끼들.

구조 전 짧은 줄에 묶여 있었던 살아남은 어미개 ‘디아나’.
구조 전 짧은 줄에 묶여 있었던 살아남은 어미개 ‘디아나’.

억울하게 죽은 어미 개의 젖은 한참 불어 있었다. 새끼들을 먹여 길러내던 흔적이다. 어미의 삶은 고통스럽게 끝났지만, 현장에는 새끼들과 디아나가 남아 있었다. 사육 환경은 열악했다. 제보자는 그들의 ‘보호자’가 개들에게 먹잇감으로 사료가 아니라 토막난 고양이 사체를 줬다며 증거사진을 제시했다.

구조 직후의 켄넬 안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새끼들.
구조 직후의 켄넬 안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새끼들.

제보자는 해당 사건을 경찰과 지자체에 신고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체를 그냥 두고 가라고 하는 등 엽기적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자체에서도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서류로 꼭 받아 달라는 제보자의 요청을 들어 주지 않았다. 경기도 광주 경찰과 지자체 모두 이토록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 행위를 두고도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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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남겨져 있는 또 다른 어미개 디아나와 새끼들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제보자의 연락을 받고 카라의 활동가들은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디아나와 새끼 다섯 마리를 만났다. 디아나는 앙상한 몸으로도 제 새끼들 뿐만 아니라 죽은 어미 개의 새끼들까지 살뜰히 돌보고 있었다. 카라는 해당 학대자에게 여섯 마리 개들에 대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냈다.

디아나는 죽은 어미의 새끼까지 젖을 먹이며 알뜰히 키워냈다.
디아나는 죽은 어미의 새끼까지 젖을 먹이며 알뜰히 키워냈다.

어미 개를 목매달아 죽인 학대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후 사건은 금방 뜨겁게 관심을 받았다. 학대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에는 일 주일만에 1만1000명의 시민들이 서명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만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하고, 우리가 앞으로도 견인해 나가야 할 몫이기도 하다.

우리의 힘으로는 차마 잡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건 구조한 다섯마리 새끼들이 모두 수컷이라는 것이다. 누렁이들이나 진도믹스 개들이 출산할 때는 최소한 4마리 이상씩은 낳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디아나와 죽은 어미 개가 낳은 새끼들의 수는 절반 정도 모자란다.

구조 후 카라 센터로 이동해 목욕하는 강아지.
구조 후 카라 센터로 이동해 목욕하는 강아지.

디아나도, 죽은 어미 개도 젖이 불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암컷인 새끼 강아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은 어디에선가 어미 개의 삶을 반복하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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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원인은 ‘개 식용’

어미와 새끼의 유대를 철저히 무시하고 이루어진 동물학대 사건, 그 근본적 원인은 결국 ‘개 식용’ 이슈다. 국내에는 어미견과 같이 ‘누렁이’로 지칭되는 개들이 한 해 1백만 마리 이상 도살당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개를 전기 쇠꼬챙이를 사용해 도살한 사건에 유죄판결을 내렸고, 이로써 개의 목을 매달고 때리고 전기로 지져 죽이는 행위 모두가 잔인한 범죄 행위임이 명확해졌다. 도구나 전기를 사용해 잔인하지 않게 개를 도살하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지난 23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카라 활동가들이 동물학대 엄벌 및 누렁이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카라 활동가들이 동물학대 엄벌 및 누렁이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개를 비롯한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법이 필수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누락돼 있는 법의 실효성과 완결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임의도살 금지 조항 삽입이 필요하며,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피학대동물 보호조치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구조 당시 갈비뼈가 훤히 보이도록 말랐던 디아나도 건강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구조 당시 갈비뼈가 훤히 보이도록 말랐던 디아나도 건강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개식용 종식을 위한 ‘누렁이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름도 없이 그저 누렁이로 불리다 고통 속에 생을 마쳐야 했을 개들과 지금도 학대상황에 놓여있을 동물들이 이제는 꼭 생명으로 존중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름 없이 죽어갈 뻔했던 우리 디아나와 다섯 형제들에게도 봄날같이 다정한 가족이 생기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현장에서 구조된 강아지 오형제는 5월9일 카라 입양행사인 '오구데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장에서 구조된 강아지 오형제는 5월9일 카라 입양행사인 '오구데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은 강아지들이 입양파티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반려가족을 고민 중인 여러분을 <제 3회 오구데이 입양파티>에 초대합니다.

▶ 일시: 5월 9일 (토) 12:00~17:00
▶ 장소: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22 카라 더불어숨센터 입양카페 아름품
▶ 문의: 더봄센터 입양팀 031-959-8600

글·사진 김나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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