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짧은 기간 2번 출산 뒤 로드킬…어미 떠난 자리에 새끼 3마리만
봄, 길고양이의 생존을 책임질 시기…TNR 절실
짧은 기간 2번 출산 뒤 로드킬…어미 떠난 자리에 새끼 3마리만
봄, 길고양이의 생존을 책임질 시기…TNR 절실
로드킬 당한 어미 길고양이가 남기고 간 새끼 세 마리. 어찌나 어미가 살뜰히 보살폈는지 새끼들은 포동포동하고 깨끗했다.
* TNR : 안전하게 포획(Trap)하여 피임수술(중성화, Neuter)을 마친 뒤에 제자리 방사(Return)하는 것을 뜻하는 국제적인 공용어입니다. 구분을 하기 위해 TNR된 고양이들은 왼쪽 귀 끝이 0.9cm가량 잘려져 있습니다.
* 케어테이커(Caretaker) : 길고양이들에게 먹이 급여와 구충, TNR을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흔히 ‘캣맘’ ‘캣대디’로 부릅니다. 카라는 돌보는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가 ‘자녀-부모’의 관계로만 정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케어테이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어느 어미 고양이의 죽음 서울 서교동 카라 더불어숨센터에서 도보로 10분, 차로 3분 정도 걸리는 삼거리. 그 동네엔 고양이들을 돌보는 케어테이커들이 많다.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도 있어 삼삼오오 돌보는 고양이들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TNR을 진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 동네에서 밥 자리를 차지한 고양이들은 사냥감이 없는 척박한 도시환경에서도 무던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오지 않는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 고양이. 제보자 제공
3m 높이 담벼락 아래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제보자 제공
3m 담벼락 아래 새끼 고양이들 어미 고양이의 6~7개월령 새끼들은 평소 어미와 함께 이용하던 급식소에 터를 잡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이들은 독립이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문제는 2~3주령의 새끼들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어느 동물병원 옆의 좁고 깊은 담벼락 아래에서 삼 남매를 기르고 있었다. 지하로 깊게 내려간 담벼락 아래는 사람 손이 절대 닿을 수 없었기에 은신처로 제격이었다. 문제는 새끼들이 어미 없이는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이었고, 사람도 절대 내려가지 못하는 구조였다.
사람이 고개만 겨우 들이밀 수 있는 폭이여서, 구조에 애를 많이 먹었다.
사람이 고개만 겨우 들이밀 수 있는 폭이여서, 구조에 애를 많이 먹었다.
미리 준비해 간 구조장비로 고양이를 포획했다.
길고양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 케어테이커들은 고양이들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제보자를 비롯해 이들이 없었다면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을 돌볼 만큼의 힘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미의 사체는 도로에 방치되어 있다가 소각처리 됐을 것이고, 새끼들은 담벼락 아래에서 오지 않을 어미를 기다리다가 굶거나 얼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길고양이를 돌본 사람들 덕분에 어미는 외롭지 않게 마지막 길을 떠났고, 새끼들은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구조된 아기 고양이. 어미가 아주 예쁘게 키워놨다.
로드킬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어미 고양이의 장례식 사진.
봄철 번식기, TNR을 말하는 이유 척박한 길 위에 태어난 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해 책임을 질 계절이 됐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동네가 상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에 의해 죽을 뻔했고 사람에 의해 삶을 살아가게 된, 우리가 구조한 사랑스러운 고양이 남매들에게도 최고의 가족이 생기기를! 글·사진 김나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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