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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길냥이야 또 우산 씌워줄게, 살아남아줘!

등록 2020-03-07 10:01수정 2020-03-09 10:40

[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비 오는 날 누군가 놓아둔 우산 밑에서 구조된 돌이
심각한 안구 부상에서 고단한 길고양이 삶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돌이. 누군가 하얀 우산을 돌이에게 씌워줬다.
처음 만났을 때의 돌이. 누군가 하얀 우산을 돌이에게 씌워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강수량이 적었음에도 꽤 쌀쌀한 날이기도 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 돌이는 한 골목의 조경용 바위 위에 앉아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 위치 선점 덕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한 번씩 돌이를 돌아봤다고 했다. 돌이는 그 사람들을 보지는 못하고 인기척으로만 그 움직임을 느꼈을 것이다. 왼쪽 안구는 돌출되어 썩어 있었고, 한쪽 눈은 고름이 잔뜩 껴 시야를 가리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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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된 안구, 어쩐 일일까

누군가 고양이 ‘돌이’를 가엾게 여겨 돌이에게 우산을 씌워줬고, 돌이는 그 아래에서 간신히 비를 피했다. 온몸이 다 젖었지만, 그루밍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 유일하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그 우산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돌이를 지켜보다 못 한 시민이 카라에 구조요청을 했다. 제보자가 고양이를 구조하기는 어렵고, 다른 사람들도 다 고양이를 외면한다고. 마침 카라 센터 근처여서 활동가들이 포획도구를 챙겨 바로 현장으로 뛰어갔다.

사람이 다가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돌이.
사람이 다가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돌이.

활동가들이 목덜미를 잡자 돌이는 저항했다. 하지만 곧 힘없이 이동장으로 들어갔다.
활동가들이 목덜미를 잡자 돌이는 저항했다. 하지만 곧 힘없이 이동장으로 들어갔다.

돌이는 돌부처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인기척을 내도 도망갈 생각을 않았다. 길 생활을 오래 한, 길에서 오랫동안 안구를 내어놓고 다닌 모양새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돌출된 안구와 썩어가는 얼굴이 설명되지 않았다. 어쩌다 그랬을까. 염증 때문에 생긴 고름 때문이었을까? 혹은 누군가 학대를 한 것일까? 경계심 강한 길고양이가 고통으로 지쳤을 몸을 이끌고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올라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의문과 감상이 치밀었으나, 구조가 우선이었다. 돌이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힘없이 이동장으로 들어갔다.

이동장에 들어간 둘이의 눈 상태. 한눈에도 상태가 너무나 심각해 보였다.
이동장에 들어간 둘이의 눈 상태. 한눈에도 상태가 너무나 심각해 보였다.

카라 동물병원으로 이동한 돌이는 곧장 수술대에 올랐다. 마취를 했고, 돌출된 안구를 잘라냈다. 손상되어 문드러지는 얼굴 한쪽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으로 피부를 절개하고 이어붙였다. 살아있는 돌이로부터 분리된 안구는 동그란 형태를 가진 온전한 눈이 아니었다. 반쯤 잘려있었다. 눈이 돌출된 후 길고양이들끼리의 싸움으로부터 눈이 돌출되었을 수도 있고, 눈이 돌출되기 전 모종의 사건으로 안구가 잘리고 그 후에 절단되었을 수도 있다. 원인은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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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사투 중인 돌이

수술대에 오른 돌이의 발바닥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피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어려운 수술이 끝났고, 돌이는 마취제를 더 맞았다. 다행히 돌출되지 않은 반대쪽 눈은 회복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진단이다. 얼굴에 피가 고이지 않게 하기 위해 관을 꽂고 얼굴 한쪽을 크게 봉합했을지언정 돌이는 다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돌이는 지금 사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미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는 상태의 돌이인데, 목숨줄을 부여잡으며 사투하는 생명력은 참 강인하다.

병원 이동 후 기본 검진중인 돌이.
병원 이동 후 기본 검진중인 돌이.

지금 이 시간에도 돌이는 병원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은 동물이 꼭 살아난다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몸을 일으킨다면, 깨끗하게 회복한 투명한 눈망울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이 가까워지면 안전한 데 몸을 숨긴다는 길고양이인데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올 만큼이나 돌이는 삶이 절박했을 것이고, 돌이의 삶에 연대하는 우리 또한 돌이의 회복을 바라는 중이다.

돌이를 보며 어려운 길고양이의 삶을 가늠한다. 안약을 몇일 넣으면 말끔하게 나을 수 있는 작은 염증으로 시력을 잃고 죽어야 하는 길고양이. 작은 처치만 하면 살 수 있는데, 사람을 경계해 곁을 내주지 않아 도태되고 마는 길고양이. 우리는 돌이의 손을 잡았지만 돌이와 같은 모든 아픈 고양이들을 구할 수 없다. 이 땅에 길고양이는 무척 많고,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시선과 폭력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고양이들을 내몰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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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한 길고양이로 돌아오렴

우리는 돌이가 몸을 완벽히 회복한 후 위풍당당한 길고양이로 돌아가서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이어가길 희망한다. 길은 여전히 위험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고양이와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야생성이 강하다면 작은 보호소보다는 원래의 영역에서 더 행복할 것이다.

수술 후 이틀 뒤 돌이 모습. 식욕이 없어 걱정이 많다.
수술 후 이틀 뒤 돌이 모습. 식욕이 없어 걱정이 많다.

어쩌면 돌이는 다시 위험에 처하면 사람의 존재를 믿고 몸을 내밀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우산을 씌워주고, 또 누군가는 우리와 같이 돌이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가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돌이의 생존을 응원한다. 아주 간절한 마음을 모아, 돌이가 살았으면 좋겠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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