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애런 브룩스의 SNS. 인스타그램 갈무리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 그것은 진심으로 시간 낭비다.”
2011년 영국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팬과 설전을 벌인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당시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이 했던 말이다. 10여년 전 퍼거슨의 이 말을 현시점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에스엔에스(SNS)의 사회적 구실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현대인의 필수적 소통 창구이자 정보 경로가 된 지 오래다.
스포츠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외는 물론, 국내 스포츠 스타들에게 SNS는 팬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해 여자 프로배구를 호령 중인 흥국생명의 김연경은 아예 유튜브에 ‘식빵 언니’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데 구독자가 50만명을 넘는다.
김연경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SNS를 적극 활용한다. 재계약에 성공한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애런 브룩스는 지난 시즌 도중 교통 사고를 당한 아들의 상황을 올리고 자신의 훈련 모습을 공개하면서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고 있다.
특히 여자 배구 선수들이 SNS를 애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고예림, 조송화, 강소휘, 이고은 등 배구 스타들은 팬들의 선물이나, 메시지, 그날 활약상을 갈무리해 올리면서 팬들과 ‘깨알’ 소통을 이어간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엔 아쉬운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한명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문제는, 여전히 많은 선수가 공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일이 사례를 언급하기 벅찰 정도로, 욕설과 팬 비난 등 여과되지 않은 내용을 ‘배설’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허다하다. 최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신동수는 선후배부터 코치, 심판, 팬을 향해 막말을 올리고 각종 혐오 발언을 쏟아낸 것이 문제가 돼 구단에서 퇴출 당하고 케이비오(KBO)로부터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무엇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프로 스포츠에서 이제 한 순간의 감정 표출은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얼마 전엔 배구계의 큰 파장을 몰고 왔던 한 선수가 중요한 경기 전날 ‘라방’(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팬들과 가벼운 대화를 하는 목적이면 몰라도 이날 방송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 과격한 말이 오고 가기도 했다. 평정심이 중요한 스포츠 경기에서 이러한 사사로운 감정들은 경기력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실제 이 선수는 다음날 경기서 코트가 아닌 웜업 존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프로 선수라면 SNS도 ‘프로답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구단도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입단 계약 때부터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숙지시키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슈가 되면 그때 잠깐 언급하는 정도이지 체계화된 SNS 가이드 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책임만 지우자는 건 아니다. 구단도 SNS에서 발생하는 협박, 욕설 등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통해 선수 보호에 힘을 쏟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선수 보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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