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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좌절…‘붉은 땅벌’ 독침 품었다

등록 2016-03-16 18:39수정 2016-03-16 22:06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 주장 한혜령이 10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연습장에서 스틱과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 주장 한혜령이 10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연습장에서 스틱과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 Rio 우리가 간다] 여자하키 한혜령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2014)를 반복해서 읽고 있다고 했다. 주장을 맡은 그에게 가장 도움을 준 책이었다.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착한 선배보다 나쁜 선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만 있다면 훈련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받는 미움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자투리 독서시간에도 팀에 보탬이 될 만한 요소를 궁리해 현실에 적용시키는 ‘독종’(?)이랄까. “기본만 지킨다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밀고 나가야 할 때가 있어요. 지금이 바로 그때예요”라고 말하는 눈빛은 차분하면서 힘이 있다. ‘붉은 땅벌’ 별칭을 갖고 있는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의 주장 한혜령(30·KT스포츠). 그를 지난 10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올해 서른을 맞은 한혜령에게 리우올림픽은 세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교체멤버로 출전해 9위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선발로 나와 8위에 머물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의 메달이 더 절실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번 리우에선 한국 남자하키의 출전이 좌절돼 여자하키에 거는 기대가 더 커졌다. 팀의 주장이자 미드필더로서 한혜령이 떠맡아야 할 부담감도 두 배가 됐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정말 그만두고 싶을 만큼 훈련했는데, 이번 올림픽은 그보다 더한 것 같아요.”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서인지 그는 더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9위…8위…올림픽 세번째 출전
하루종일 기술·체력 강화 훈련
저녁엔 평가·비디오미팅까지
주장 맡아 훈련과정 악역 자처

여자하키팀 20년만에 메달 도전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내 상승세
온몸이 검게 그을리고 멍들어도
“괜찮아요, 메달만 딸수 있다면…”

한국 여자하키 국가대표팀의 하루는 새벽 5시 반에 시작된다. 간단한 체조와 4㎞ 달리기로 우선 몸을 푼다. 이어진 오전 훈련에선 팀 훈련과 개인 기술훈련, 기초체력 향상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탈진된 상태로 점심을 먹고 오후엔 인터벌 트레이닝과 근력운동에 집중한다. 저녁엔 훈련평가와 비디오미팅이 기다리고 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오직 리우 메달만을 보고 버티고 있어요.” 곧이어 “메달을 목에 걸면 어떨까 늘 머릿속에 떠올려봐요. 금메달을 따면 이렇게 고생한 기억은 다 날아갈 거예요. 제 인생의 전부인 하키로 정점을 찍어봐야죠”라며 밝게 웃는다.

한혜령은 하키선수였던 3살 터울 친언니의 권유로 경북 성주여자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스틱을 잡았다. 그는 “볼이 스틱에 맞아나가는 느낌, 11명이 하나가 돼서 골을 만들어낼 때의 쾌감이 어린 저에게 너무 강하게 다가왔어요”라고 하키와의 첫 느낌을 떠올렸다. 하키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바로 두각을 나타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현 한국 여자하키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한진수 감독의 눈에 띄어 주니어대표에 발탁됐다. 한혜령은 2005년 칠레에서 열린 세계주니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을 알아봐준 감독에게 보답했다. “아! 지금도 소름 돋아요.” 독일을 제압하고 선수들과 얼싸안고 울었던 당시의 순간이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그의 생애 첫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2006년 이후 처음 출전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교체선수로 벤치를 지켰던 그는 “축구로 치면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들을 처음으로 직접 본 거예요. 정상급 프로들은 이 정도구나를 피부로 느꼈죠. 더 악바리같이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였어요”라고 말했다. 2012년 런던에서도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절치부심한 끝에 맞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그는 한국 여자하키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때도 그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여자하키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후 20년째 메달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보여준 한국 여자하키의 상승세라면 리우올림픽에서는 메달권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한혜령은 “하키 많이 응원해주면 힘이 날 것 같아요. 하키 한다고 하면 다 아이스하키인 줄 알지만 필드하키도 멋진 스포츠거든요”라고 말한다.

한혜령에겐 입상도 중요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일본 하키대표팀에 승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지켜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는 그는 “스포츠는 정치와 별개지만 일본팀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하는 국가대표 간판 한혜령의 몸은 멍투성이다. 정강이보호대와 마우스피스를 늘 착용하지만 시속 120㎞로 날아오는 ‘돌덩이’ 같은 공을 맞으면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 그럼에도 검게 그을린 얼굴로 “괜찮아요. 도전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초인의 힘이 느껴진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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