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모국이 ‘최대의 적’…만리장성 넘는다

등록 2016-01-26 19:23

전지희가 지난 1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지희가 지난 1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 Rio 우리가 간다
탁구 전지희
2002년 중국 칭다오. 만 10살 소녀는 고된 훈련 뒤 공중전화 박스 옆에서 고향의 아빠 전화를 마냥 기다렸다. 탁구를 좋아한 나머지 그냥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로 인해 탁구와 인연을 맺은 소녀는 허베이성 랑팡시에 있는 아버지가 늘 보고 싶었다. 집을 떠나온 지 한달 동안은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소속 클럽 선수들끼리 리그전이 열렸다. 4등 안에 들어야 훈련비가 공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중국 청소년대표로 활약했지만
우여곡절 끝 2011년 귀화 택해
태극마크 달고 태릉서 구슬땀

세계 11위로 한국선수중 최고
왼손 셰이크핸드로 골고루 잘해
“리우서 개인·단체전 메달 따낼 것”

소녀는 어느덧 만 24살 성년이 됐다. 그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박혀 있다. 지난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1m60도 채 안 되는 이 작은 선수는, 자신보다 훨씬 큰 실업팀 남자 선수와 실전경기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연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한 탓인지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많이 힘들어요.” 지름 40㎜, 무게 2.7g의 하얀 탁구공이 네트 사이를 두고 정신없이 오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공을 주워 들며 코칭스태프 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코치들 앞에서 선수들은 연신 몸을 움직여야 한다.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전지희(포스코에너지). 그는 현재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명실상부한 간판스타다. 한때 중국 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국가대표 발탁이 어렵자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귀화를 선택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부터 본격적으로 여자대표팀 멤버로 활약중이다.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는 김민석(24·KGC인삼공사)과 값진 동메달을 일궈냈다. 현재 여자단식 세계순위 11위. 대표팀 여자 선수들 중 가장 높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수비전형인 서효원(29·세계 13위·한국마사회)과 함께 그는 리우올림픽 여자단식에 출전할 예정이다. 여자단체전에서는 이들 2명과 함께 양하은(22·세계 17위·대한항공)이 출전한다. 양하은은 전지희와 함께 단체전 복식 멤버다.

“지희는 백핸드 푸시에 강점이 있지. 연결력이 좋고 못하는 게 없어….” 강문수 탁구대표팀 총감독은 전지희가 지난해 12월 중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5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여자단식 4강까지 오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칭찬한다. 옆에 있던 안재형 남자대표팀 감독도 전지희에 대해 “날카롭거나 볼이 센 것은 아니지만 골고루 잘한다”고 거든다. 전지희는 세계 상위 16명만 출전한 이 대회 4강전에서 중국의 유망주 천멍(세계 5위)한테 2-4로 아쉽게 졌다. 세계 최강 중국은 여자단식 랭킹 1~3위(류시원, 딩닝, 주위링)를 휩쓸고 있는데, 딩닝이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우승했다.

전지희는 지난해 12월20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69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문현정(32·KDB대우증권)을 4-1로 꺾고 우승해 국내 최강임을 보여줬다. 이 대회에서 3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너먼트대회이기에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죠. 우승에 큰 의미는 없어요. 몇년 동안 계속 결승에 올라갔는데 4번째 결승에서 경험으로 이긴 것 같아요. 제가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고, 지금 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앞에 효원이와 하은이가 있잖아요. 저는 잘한다 생각 안 해요.”

올림픽 메달을 위해 16살 나이에 아버지의 한국인 친구 양녀로 입적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 전지희. 그런 사연이 있기에 그가 처음 출전하는 리우올림픽은 의미가 남다르다.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탁구만 치고 싶어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리우올림픽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색깔에 대해선 “노코멘트”다. 자신의 조국인 중국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단식 경기에는 나라당 2명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진운에 따라선 메달권 진입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도 한국말이 어눌한 그는 “전 지금 탁구를 막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라며 조급하지 않음을 비쳤다.

한국 탁구는 4년 전인 2012 런던올림픽 때 남자단체전에서는 은메달(오상은, 유승민, 주세혁)을 따냈지만, 여자단체전에서는 4위(김경아, 박미영, 당예서)로 밀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자팀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이상을 노리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2.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2025 프로야구, 3월22일 개막…어린이날 전후 9연전 편성 3.

2025 프로야구, 3월22일 개막…어린이날 전후 9연전 편성

‘쇼트트랙 500m’ 김태성 “어렵게 찾아온 행운…최선 다할 것” 4.

‘쇼트트랙 500m’ 김태성 “어렵게 찾아온 행운…최선 다할 것”

신진서-안성준, GS칼텍스배 16강전서 붙는다 5.

신진서-안성준, GS칼텍스배 16강전서 붙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