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에서 주전으로 뛴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각)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 페드루 바수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하며 홍명보 감독 옆을 지나가고 있다. 포스두이구아수/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구아스 베이스캠프 표정
패스연습·미니게임 하면서도
간간이 격려의 외침뿐 ‘고요’
박주영·기성용, 인터뷰도 사양
손흥민 “벨기에전, 설명 필요없어”
한국영 “기어서 나와도 좋다”
패스연습·미니게임 하면서도
간간이 격려의 외침뿐 ‘고요’
박주영·기성용, 인터뷰도 사양
손흥민 “벨기에전, 설명 필요없어”
한국영 “기어서 나와도 좋다”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한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각) 오후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 대표팀 훈련캠프 미디어센터에 손흥민이 들어섰다. 팀 내 최연소 선수인 손흥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마치 죄인처럼 질문에 답했다. “어렵지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벨기에전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어떤 각오로 임해야 할지는 선수들 개개인이 잘 알 것이다.” 생애 첫 월드컵 골을 터뜨리며 알제리전에서 맹활약한 그였기에 기자들의 ‘고약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패배의 후폭풍은 셌다. 5일 전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이구아수 캠프장에서 보였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훈련은 오후 4시부터 시작됐다. 알제리전에 주전으로 뛴 선수들은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고 벤치 선수들은 미니게임과 패스 연습을 하는 방식은 알제리전 이전과 똑같았다.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가 5일 전과 마찬가지로 선수들과 함께 미니게임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패스를 주고받기 위해, 서로 격려하기 위해 외치는 소리는 평소보다 컸지만 전반적으로 훈련장은 고요했다.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선수들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특히 주전급 선수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웠다. 평소 형들을 따라다니며 먼저 말을 걸고 장난을 치던 막내 손흥민은 묵묵히 공만 몰았다. 알제리전을 앞두고도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던 박주영은 이날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터뷰를 좀처럼 사양하지 않던 기성용도 카메라 앞을 그냥 지나쳤다. 반면 비주전조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열정적이었다. 알제리전에서 1차전과 똑같은 베스트 11을 들고나갔다 처참한 패배를 당한 홍 감독이 벨기에전에선 벤치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비주전조에서 연습을 한 이근호는 “선수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며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은 알제리전을 악몽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벨기에전을 향한 각오엔 간절함과 비장함이 묻어났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같은 경기는 내 축구 인생에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어제 경기를 생각했다”며 목멘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대로 돌아가면 후회만 남을 것 같다. 벨기에전을 나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기어서 나와도 좋다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16강 진출의 끈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있기에 정신무장을 잘해서 벨기에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알제리전 패배의 충격을 가다듬은 대표팀은 25일부터 벨기에전에 특화된 전술 훈련을 시작한다. 선발 명단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대표팀 안팎에선 ‘(홍 감독이) 전략과 전술을 바꿀 생각이었다면 (2차전에서) 벌써 바꿨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25일 훈련을 마친 뒤 그날 저녁 벨기에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로 이동한다.
포스두이구아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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