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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브라질월드컵, 남 얘기 아니다 / 이춘재

등록 2014-06-18 18:39

이춘재 스포츠부장
이춘재 스포츠부장
브라질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후폭풍이 큰 대회가 될 것 같다. 서민들은 구경할 엄두조차 못 내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지난 13일 열린 개막식에만 81억원이 들었고, 총 비용은 최소 11조원이 넘는다. 4조원이 들어간 4년 전 남아공 대회보다 갑절 이상 많다. 개최 비용이 16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브라질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장밋빛 전망으로 눈가림을 한다. 월드컵 기간 동안 360만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찾아 관광수입만 1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선전한다. 경제 파급효과는 최대 56조원에 이른다는 밑도 끝도 없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하지만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가 개막 직전 발표한 여론조사(www.pewglobal.org/2014/06/03)를 보면 브라질 사람들은 사탕발림에 속지 않는 것 같다. 응답자의 61%는 월드컵 개최가 브라질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교육과 의료 등 공공 서비스에 투자될 돈이 월드컵 개최에 쓰이기 때문이다. 10명 중 4명은 월드컵이 브라질의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답했다. ‘축구의 나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사 결과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개막식에서 왜 야유를 받았는지 잘 설명해준다.

남의 잔치에 재 뿌리는 얘기를 꺼낸 것은 브라질 상황이 결코 남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뒷감당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조건 지르고 보는 무모함은 우리도 만만찮다. 이미 12년 전에 일본과 공동개최하는 월드컵을 위해 첨단시설의 경기장을 무려 10개나 새로 지은 전력이 있다. 기존 경기장을 재활용하자는 제안은 일본보다 잘 치러야 한다는 ‘극일론’ 등에 묻혀 버렸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경기장이 현재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대구와 인천, 대전 경기장은 해마다 수십억원의 혈세를 수혈하고 있다. ‘4강 신화’의 축구 성지가 아니라 ‘혈세 먹는 하마’가 돼버린 지 오래다.

인천은 한술 더 뜬다. 12년 전 1740억원을 들여 지은 문학경기장은 지난해까지 290억원 가까운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오는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무려 4900억원을 들여 새 경기장을 지었다. 문학경기장이 종합대회까지 겨냥한 것인데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시장은 아시안게임용 주경기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집권한 민주당의 송영길 시장은 주경기장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토건족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천시장에 당선된 것은 토건족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중앙정부로부터 돈을 잘 끌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통한 것이다. 시민들은 유 전 장관이 세월호 참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12조원이 넘는 부채에도 여당 시장후보 못지않은 토건 공약을 내세운 야당 시장이 미덥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토건족들의 무모함을 계속 방치한다면, 아시안게임 유치의 뒷감당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8년까지 투입될 평창겨울올림픽 예산은 12조원이 넘는다. 8조원이면 충분하다던 비용이 1년 반 새 50%나 늘었다. 그나마 인천은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아이디어라도 내놨다. 어떻게든지 흥행을 시켜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평창은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스키장을 평창겨울올림픽에 활용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통일 대박’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도 반색할 만한 제안이었다. 평창은 믿는 구석이 따로 있는 걸까.

이춘재 스포츠부장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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