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때에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196㎝의 키는 역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 필드 플레이어 중 최장신이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그는 경기 후반 조커로 투입돼 장신을 이용한 ‘한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존재감은 연습 때도 빛난다. 김신욱은 몸무게가 93㎏이나 나가는, 한국 선수들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서구형 체형을 지녔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과 황석호, 곽태휘가 뛰는 중국이나 일본, 중동 리그에서 그와 같은 체형의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홍명보 감독은 3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장에서 코너킥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면서 김신욱에게 한국 선수를 괴롭히는 가상의 공격수 역할을 맡겼다. 러시아나 벨기에 등 장신 공격수들의 활용이 예상되는 상대팀들을 위한 맞춤식 훈련이었다.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4골을 몰아넣은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191㎝ 장신인 루카쿠는 힘과 돌파력이 뛰어나다.
김신욱의 개인 마크맨으로는 김영권(187㎝)이 나섰다. 둘은 실전과 다름없는 몸싸움을 벌였다. 상대의 코너킥이 올라오면 수비진은 이를 페널티지역 밖으로 걷어내는 데 집중했다. 공을 걷어내면 김태영 코치가 즉시 다른 위치에서 다시 크로스를 올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홍 감독은 코너킥이 올라올 때마다 김영권 등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과 움직임을 지적했다.
대표팀은 전날엔 코너킥을 이용한 득점 기회를 만드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까운 선수에게 코너킥을 짧게 내줬다가 좀더 각도가 좋은 위치에서 돌려받은 뒤 다시 상대 골문으로 크로스를 올리고 이를 헤딩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의 훈련이었다. 홍 감독은 기자들에게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과 키커의 이름 등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 감독이 본선에서의 승부처를 세트피스, 특히 코너킥으로 선택한 이상 김신욱의 가치는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직접 골을 넣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대 수비수를 끌고 나와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8번 월드컵에 나가 26골을 뽑았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지만 아직 코너킥에 의한 득점은 한 골도 없다. 한국 대표팀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18번,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11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53번의 코너킥을 얻었다.
마이애미/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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