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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아픈 과거 담긴 옛이름 대신 ‘유·명·구’로 링 위에

등록 2007-03-07 20:04

36.5˚C 데이트 / 동양챔프 도전하는 유명구

제두·유우·장정

링에 오르면 그는 유명구(28)가 된다. 세계챔피언 출신 유제두, 유명우, 장정구의 이름을 한 글자씩 땄다. 2004년 초 정을철 전 안산제일체육관 관장에게 새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걸 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6남매의 다섯째인 그는 배영길로 살아왔다. 태어난 직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16살에 학교를 그만뒀고, 18살에 주먹을 잘못 써 담장 안에 갇혔다. 그곳에서 권투를 만났고, 2002년 신인왕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즈음 새 아버지도 뇌출혈로 눈을 감았다.

신인왕에 실패한 그는 새 아버지의 유해가 뿌려진 부산 영도 앞 바다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음주 교통사고를 내 다시 철창행 신세가 됐다. “아버지가 보고싶었거든요. 김해 사시는 어머니가 1년 넘게 매일 면회를 오셨죠.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권투 스승께 마지막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는 편지를 수십통 보냈어요.” 그는 운동에 전념하려고 고향을 떠나 안산으로 왔다. 그리고 두번째 출전한 2004년 신인왕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유명구로 거듭난 그에게 ‘왜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이 잡초같은 인생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런 나도 좌절하지 않고 뭔가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면….”


라이트플라이급(48.98㎏ 이하) 한국랭킹 1위, 동양랭킹 2위인 그는 16일 타이에서 동양챔피언에 도전한다. 9전8승1패(4KO)인 그의 상대는 타이의 카이촌 소보라핀(33전24승1무8패7KO)이다. 유명구는 국내 선수들이 대결을 피한데다, 경기를 성사시키는 프로모터가 없어 1년간 공식경기를 하지 못했다.

“비디오를 보고 많이 연구했어요. 입에 침이 바짝 마를 때까지 훈련했거든요. 이길 수 있습니다.” 매일 10㎞를 달렸고, 링에서 3분 뛰고 30초 쉬는 식으로 2시간을 꽉 채우는 훈련도 거르지 않았다. “링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가슴이 뭉클해요. 타이에서 가서도 그러겠죠?”

후원업체없이 10일 박찬희 관장과 둘이 외롭게 출국하는 유명구는 꼭 벨트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경기 이틀 후가 어머니 환갑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는데…. 벨트 갖고 고향에 내려가야죠.”

안산/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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