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무승부로 마친 뒤 이강인 등 동료들과 포옹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손흥민의 투혼과 이강인의 패기. 여기에 벤투 감독의 실용적 접근까지. 비록 무승부였지만 한국은 최선을 다했다.
파울루 벤투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현지시각) 카타르 오하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비겼지만, 주장 손흥민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손흥민은 눈 부위를 다쳤지만 안면 보호 마스크를 끼고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팀의 주축인 그의 강한 의욕과 열정은 선수단을 꽁꽁 묶었다. 손흥민은 비록 상대와 몸싸움에서는 정상적인 경기를 펼 수 없었다. 공을 몰고 치고 들어갈 때 상대가 여러 명 달라붙으면 돌파를 과감하게 할 수 없었다. 상대와 공을 경합할 때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킥을 전담하고, 특유의 드리블 능력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렀다. 전반 26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아 상대 수비수 둘을 제치며 때린 슛은 비록 상대 수비벽에 걸렸지만 손흥민의 존재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강인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발베르데와 볼을 다투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kr
손흥민은 후반 초반에도 상대 골지역 정면에서 여유 있는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고, 막판 이강인이 넘겨준 패스를 회심의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흐름을 가져오는 데 큰 몫을 했다.
후반 29분 투입된 막내 이강인도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활력소였다. 환한 미소로 경기장에 들어온 이강인은 곧바로 특유의 드리블 장기를 선보였고, 과감하게 날린 슈팅은 상대 수비에 걸렸지만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린 한국팀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요소가 됐다.
한 때 벤투호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실력으로 벤투 감독의 신뢰를 회복한 이강인은 경기 뒤 방송사와 한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에 더 잘하겠다.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기존의 빌드업과는 다른 형태의 전술을 펼쳤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최후방 골키퍼에서 시작해 전방까지 패스로 전개되는 빌드업 축구를 선호했다. 점유율 또한 벤투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승규는 공을 잡으면 패스로 연결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롱킥으로 단번에 전방으로 공을 띄우는 경우가 많았다. 루이스 수아레스, 다르윈 누녜스 등 우루과이 골잡이에 차단됐을 경우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우루과이는 이날 최전방에 내세운 노장 수아레스는 예전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누녜스와 합작하는 공격작업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국의 김영권과 김민재 등 수비수들은 최대한 공간을 봉쇄하며 이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한국 축구팀의 나상호가 24일(현지시각) 열린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unique@hani.co.kr
우루과이는 이날 전반 막판 디에고 고딘의 헤딩슛과 후반 막판 페데리코 발베르데의 중거리포가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땅을 쳤다. 벤투호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운도 중원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이재성, 정우영, 황인범 등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의 불굴의 투혼이 있었기에 챙길 수 있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뒤 “비겨서 아쉽다. 두 경기 더 있으니 잘 준비해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몸 상태와 관련해서는 “다친 것은 신경 안 쓰고 경기하려 했다. 3주 만의 경기였지만 동료가 도와줘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 28일 H조 2차 가나전에 대한 필승의 의지가 담겨있다.
알라이얀/박강수 기자,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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