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피파컵 놓고 맞대결
아르헨 메시, 마라도나 넘느냐
독일, 아메리카 징크스 깨느냐
하루 더 쉰 독일 체력부담 적어
아르헨 메시, 마라도나 넘느냐
독일, 아메리카 징크스 깨느냐
하루 더 쉰 독일 체력부담 적어
우승을 향한 독일-아르헨티나 간 축구 전쟁이 펼쳐진다. 시간은 14일 새벽 4시(한국시각), 장소는 브라질 축구의 성지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이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것은 64년 만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두 번 연속 결승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1986년에는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가, 1990년에는 로타어 마테우스가 이끄는 ‘전차군단’ 독일이 승리했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28년 전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개최지가 1986년처럼 아메리카 대륙이고, 마라도나의 후예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 월드컵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메시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드디어 메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 4경기 연속 경기최우수선수(맨오브매치)로 선정될 정도로 혼자 힘으로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지켜왔다.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 이끌고 원맨쇼로 아르헨티나를 이끈 1986년의 마라도나 모습과 흡사하다.
독일은 월드컵 사상 가장 오래된 징크스가 마주 서고 있다. 1930년 초대 대회(우루과이월드컵)부터 84년 동안 이어져 온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 팀은 우승을 못 한다’는 징크스다. 지금껏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7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남미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은 4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개최국인 브라질을 7-1로 완파하면서 엄청난 상승세에 있다. 1990년과 달리 수비가 다소 약한 면이 있으나 기술적인 선수들은 늘었고, 세밀한 짧은 패스플레이로 ‘독일식 티키타카’를 완성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축구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토너먼트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전통 그대로다. 1974년 우승을 이끌었던 프란츠 베켄바워와 1990년 우승을 이끈 마테우스의 뒤를 잇는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라는 걸출한 스타도 등장했다. 뮐러뿐 아니다. 월드컵 최다골 기록(16골)을 갈아치운 ‘백전노장’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는 전통적인 ‘전차군단’의 상징이고, 네덜란드의 전설 요한 크라위프에게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라는 극찬을 들은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는 새롭게 장착한 ‘독일식 티키타카’의 심장으로 활약하는 등 신구 조화도 완벽에 가깝다. 다소 부진하고 있던 메수트 외질(아스널)마저 부활한다면 독일 공격을 막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객관적인 조건 역시 독일이 유리하다. 독일은 4강전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고 후반에 체력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와 연장전을 치르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다. 게다가 독일보다 휴식이 하루 부족하다. 체력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시비에스(CBS)스포츠>가 11일 보도한 전문가들의 결승전 전망을 보면 6명의 전문가 중 5명이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그중 한명인 제프 보젤로는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이고 모든 포지션에 세계 정상급 선수가 포진해 있다”고 평했다. 적중률 100%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음성인식 솔루션인 ‘코타나’도 독일의 우승을 점쳤다.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에는 ‘메시’라는 희망이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의 스포츠 주필 폴 헤이워드는 “메시는 마라도나가 될 준비가 됐다”며 아르헨티나의 우세를 예상했고, 호주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도 “메시가 1986년의 마라도나처럼 아르헨티나에 3-2 승리를 안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뉴잉글랜드 스포츠 네트워크>(NESN) 또한 “독일은 분명 강팀이지만 상대 진용으로 높게 올라온 수비 라인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의 2-1 승리를 예상했다.
양팀의 대결만큼이나 메시와 뮐러의 득점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득점 1위는 8강에서 탈락한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로, 6골을 넣었다. 4강전까지 뮐러는 5골, 메시는 4골을 넣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득점왕(5골) 뮐러가 결승전에서 한 골 이상 넣으면 84년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2회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 선수가 된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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