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승부차기로 네덜란드 꺾고 결승 진출
‘뇌진탕 투혼’ 마스체라노
로번 꽁꽁 묶어…슈팅 2개뿐
“메시가 가장 중요한 선수라면
마스체라노는 꼭 필요한 선수”
승부차기서 2차례나 선방한
로메로 골키퍼도 ‘일등 공신’
‘뇌진탕 투혼’ 마스체라노
로번 꽁꽁 묶어…슈팅 2개뿐
“메시가 가장 중요한 선수라면
마스체라노는 꼭 필요한 선수”
승부차기서 2차례나 선방한
로메로 골키퍼도 ‘일등 공신’
후반 추가시간 네덜란드의 아리언 로번이 경기를 끝낼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그가 문전을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 슛을 날리는 순간 어느새 따라붙어 다리를 뻗는 상대 선수가 있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FC바르셀로나)였다. 아르헨티나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낸 최고의 태클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0일(한국시각)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승부차기에서 2차례의 선방을 한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가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지만,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마스체라노였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그는 아르헨티나의 심장이었다.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구실을 했고, 공이 없을 땐 저돌적인 수비를 보여줬다”며 별 5개 중 4개의 평점을 주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마스체라노는 준결승을 앞두고 “이 무대에 오르면 선수들은 심장과 영혼으로 뛰지만 전술적 측면에서 지능적이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동료 수비수 파블로 사발레타와 함께 네덜란드 공격의 핵심 로번을 꽁꽁 묶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공이 도달하기 전에 번번이 가로챘다. 마스체라노는 이날 상대가 소유한 공을 9번이나 빼앗았다. 로번은 전반에 본인이 직접 던진 스로인을 제외하면 4차례만 공을 건드릴 수 있었다.
로번은 전후반 정규시간에 단 1차례의 슛을 시도했는데 그조차 마스체라노의 태클에 걸리고 말았다. 연장전에서 기록한 슈팅 1개도 마스체라노가 침착하게 각도를 좁히며 방어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로번의 장기인 상대 수비 뒷공간을 날카롭게 침투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데일리 메일>은 “날아다니던 로번이 마스체라노에 의해 날개를 잘렸다”고 비유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기도 했던 마스체라노는 ‘세계 최고의 태클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날 4차례의 태클을 모두 성공했고, 2차례는 공을 빼앗았다. 1만3410m(팀 3위)를 뛰며 무려 104번의 볼 터치를 기록한 그는 전반 26분 공중볼 경합을 벌이다 네덜란드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의 뒤통수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진 뒤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와 120분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마스체라노는 경기 뒤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는 월드컵 결승전을 즐겨야만 한다. 일생에 단 한번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매치에 104회 출전하며 브라질월드컵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마스체라노는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 전인 2003년 7월 국가대표 경기에 먼저 출전할 정도로 아르헨티나에서 각광을 받아온 선수다. 그는 2006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땐 “나의 팀엔 마스체라노와 그외 10명의 선수들이 뛴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의 거친 모습은 마스체라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는 리버풀 소속인 2009~2010 시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심한 징계를 받은 선수였다. 지난해 에콰도르와의 남미 지역예선 경기 중엔 부상을 당해 카트에 실려 나가다가 카트 운전사를 발로 걷어차 퇴장당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부터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지만, 2011년 코파아메리카 8강 우루과이전에서 퇴장을 당하며 완장을 메시에게 넘겨준 뒤 다시는 주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마스체라노는 라커룸의 ‘헤페시토’(jefecito: 작은 보스)라 불리며 팀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거친 행동도 자제하며 옐로·레드카드를 1차례도 받지 않았고 네덜란드전에선 단 1개의 반칙도 범하지 않았다. <미러>는 “마스체라노가 이제 현명한 베테랑이 된 것처럼 보인다. 팀을 결집시킬 수 있는 성숙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로스포츠>도 “메시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면 마스체라노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그가 없으면 팀의 골격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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