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판할(63) 네덜란드 감독.
승부차기 대신 필드골 승부수 실패
“아르헨 골키퍼도 내가 가르쳐”
“아르헨 골키퍼도 내가 가르쳐”
연장 전후반이 끝날 무렵 시선은 루이스 판할(63·사진) 네덜란드 감독한테 쏠렸다. 그가 앞선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를 팀 크륄로 교체해 승부차기 승리를 따내는 ‘신의 한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10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와의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에서 승부차기에 돌입했을 때, 판할 감독의 손에는 남은 교체 카드가 없었다.
판할 감독은 연장 전반 6분 마지막 교체카드로 공격수 클라스얀 휜텔라르(샬케)를 투입했다. 이번엔 승부차기 대신 필드골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판할 감독의 뜻과 달리 골은 터지지 않았고, 주전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아약스)이 하나의 승부차기 킥도 막지 못하면서 네덜란드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도전도 4강에서 멈췄다. 이날 판할 감독이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내세운 론 플라르(애스턴 빌라)가 실축을 하면서 아르헨티나에 분위기를 넘겨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판할 감독의 마법 같은 용병술은 이번 대회 내내 큰 화젯거리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뜻밖의 스리백 전술로 ‘우승 0순위’ 스페인을 5-1로 대파했고,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 성향의 ‘변형 스리백’으로 연승을 달렸다.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는 0-1로 뒤지던 후반 31분 교체카드로 휜텔라르를 투입해 6분 만에 동점과 역전골을 뽑아냈다. 코스타리카와의 8강에서는 120분간 마지막 교체카드를 아꼈다가 승부차기 전담 크륄을 투입하는 용병술로 극적인 4강행을 달성했다. 판할은 당시 “크륄의 승부차기 투입은 경기에 앞서 이미 결정된 내용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그의 용병술이 ‘2%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판할 감독은 경기 뒤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를 내가 가르쳤다”고 밝혀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실제로 판할 감독은 아르헨티나 라싱 클럽 감독 시절이던 2007년부터 2년간 로메로를 지도한 바 있다. 로메로의 승부차기 방어 능력을 알고, 필드골로 승부를 걸려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는 “로메로는 페널티킥 막는 법을 아는 선수인 것 같다. 골키퍼를 크륄로 바꾸고 싶었지만 교체카드가 없는 상태로 승부차기에 돌입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판할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네덜란드를 떠나 3년간 잉글랜드 클럽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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