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유임 번복, 사퇴 왜?
“패배의 슬픔 위로해주려 회식
땅 매입은 개인적인 일” 해명
명예회복 쉽지 않은 점도 작용
“패배의 슬픔 위로해주려 회식
땅 매입은 개인적인 일” 해명
명예회복 쉽지 않은 점도 작용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을 번복하고 사퇴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은 10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귀국 때) 인천공항에 내리면서 사퇴를 하게 되면 비난이나 이런 것들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비난까지 받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해서 늦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 결정은 협회의 유임 결정이 내려진 뒤에 더욱 커진 비우호적인 여론 탓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사까지 들춰지고 월드컵 뒤 음주가무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홍 감독은 대표팀 합숙 기간이던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토지를 약 11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한국판 베벌리힐스’라 불리는 신흥 부촌이다. 홍 감독은 4월 초부터 가족과 함께 이곳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이 토지대금의 10%인 1억1000만원을 주고 계약을 한 4월18일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를 3주 앞둔 시점이었고, 최종 계약을 한 5월15일은 대표팀이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훈련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땅 매입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훈련 시간에 나가서 땅을 산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비겁한 삶을 살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벨기에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다음날 저녁 회식 자리에서 선수들과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며 음주가무를 한 동영상이 유출됐다. 동영상에서는 선수와 대표팀 관계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현지 여성과 춤까지 추는 모습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 끝나고 사퇴를 결심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마지막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패배의 슬픔이 너무 컸고 그 부분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유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명예회복을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9월에 시작되는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일부가 합류해 대회를 치러야 하고, 유럽파 역시 시즌을 치르는 상황에서 선수 구성부터 코치진 구성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6개월뿐이다. 김대길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유임 결정이 홍 감독 본인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안 하는 것만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인은 “월드컵 뒤 홍 감독이 굉장히 지쳐 있었다. 명예회복보다는 사퇴에 마음이 있었지만 협회에서 만류한 것”이라며 “그런데 개인적인 일까지 들춰지면서 홍 감독이 심적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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