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로 막을 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4강전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모나코)에게 쏟아졌다.

로메로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 첫 번째 키커 론 플라르(애스턴빌라)와 세 번째 키커 베슬레이 스네이더르(갈라타사라이)의 슛을 막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당연히 ‘맨 오브 더 매치’(MOM)에는 로메로가 선정됐고, 그는 이번 대회 골키퍼들의 맹활약 행렬에 당당히 동참했다.

하지만 로메로가 빛나기까지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아르헨티나를 지킨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백전노장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였다.

애초 이날 경기는 양팀의 수비보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나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 등 공격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인 이들이 어떻게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골을 넣을지가 관심사였다.

네덜란드에서 나이절 더용(AC밀란)이 메시의 그림자를 자처했다면 아르헨티나에서는 마스체라노가 로번을 막아섰다.

90분 내내 로번을 쫓아다니며 괴롭힌 마스체라노는 후반 추가시간 로번의 결정적인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아르헨티나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스네이더르가 내준 절묘한 뒤꿈치 패스를 로번이 받아 페널티지역을 돌파한 다음 골키퍼를 앞에 두고 회심의 슛을 했지만 뒤쫓아온 마스체라노가 태클로 걷어낸 것.

네덜란드로서는 땅을 칠 일이었고 아르헨티나로서는 월드컵에서의 생명이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의 이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마침내 로메로의 선방이 빛을 발할 터전이 만들어졌다.

경기 중에는 메시,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에게 시선이 쏠렸지만 이날 막강한 네덜란드의 공격진을 맞아 묵묵히 몸을 던져가며 공을 걷어낸 ‘언성 히어로(숨겨진 영웅)’ 마스체라노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아르헨티나는 24년 만의 결승행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메시의 ‘원맨팀’이라는 오명을 들어가며 어렵사리 경기를 해온 아르헨티나는 마스체라노가 버티는 강력한 허리와 수비를 재발견해 오는 14일 독일과 치를최후의 대결에 든든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