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시위…경찰과 충돌
호세프 대통령 “털고 일어나자”
호세프 대통령 “털고 일어나자”
1-7의 충격적인 참패 소식에 9일 브라질 전국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일부 팬들은 자국 대표팀을 상대로 저주와 조롱을 퍼부었고,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독일과의 4강전 전반전에 이미 0-5로 패색이 짙자 독일을 응원하며 자국팀을 조롱했다. 후반전 브라질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야유를 퍼부었고 독일이 마지막 7번째 골을 터뜨리자 기립박수로 환호하기도 했다. 거리 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당수 팬들이 술집으로, 집으로 흩어졌다. 나머지는 불평과 저주를 입에 담으며 경기를 계속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 술에 취해 “오늘 나는 독일인이다”고 외치는 젊은이도 있었다고 미 언론 <유에스투데이>는 전했다.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크고 작은 충돌로 이어졌다. 곳곳에서 차량 방화가 일어났고, 상가를 습격하고 도로를 점거해 긴급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브라질 주요 언론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인 불명예” “굴욕”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자국 축구팀을 비난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는 이날 부진한 공격수 프레드와 감독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대표팀 감독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는 지난달 12일 개막전에서 야유를 받은 뒤 결승전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여론이 호전되는 듯하자 이날 4강전을 앞두고 “월드컵이 국민의 자존심을 높여줬다”고 추어올리며 결승전에 참석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참패로 끝나자 트위터를 통해 “모든 브라질 국민처럼 나도 이번 패배가 매우 슬프다. 그러나 다시 털고 일어나자”며 분위기 반전에 힘썼다.
대표팀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며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축구 인생의 최악의 날이다. 우리는 첫골을 허용한 이후 혼란에 빠졌고 공황 상태에 놓였다.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돌아봤다. 또 주장을 맡은 다비드 루이스는 방송 인터뷰에서 “브라질 축구팬들에게 죄송하다. 너무나 슬픈날이다. 오늘 패배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눈물을 떨구었다.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는 “이전까지 우리는 잘해왔고 강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설명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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