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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티키타카’…독일 축구의 진화

등록 2014-07-09 18:41수정 2014-07-09 20:42

<b>뮐러의 첫 골</b>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운데)가 9일(한국시각) 열린 4강전에서 브라질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오른쪽)를 뚫고 첫골을 터뜨리고 있다. 벨루오리존치/EPA 연합뉴스
뮐러의 첫 골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운데)가 9일(한국시각) 열린 4강전에서 브라질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오른쪽)를 뚫고 첫골을 터뜨리고 있다. 벨루오리존치/EPA 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선굵은 축구에 짧은 패스 접목
브라질전 7골중 5골이 ‘패스 골’
9일(한국시각) 홈팀 브라질을 초토화시킨 독일 축구는 ‘전차군단’에 ‘티키타카’(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접목한 새로운 축구였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선 굵은 직선적인 축구를 구사해왔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이용해 거칠고 탄탄한 수비로 경기를 끌어가다 역습시 측면 크로스에 이은 한방으로 골을 뽑아내는 방식이 독일의 득점 공식이었다. 이번 대회 이전에 마지막으로 결승에 진출했던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 최다 득점자였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는 5골을 모두 머리로 넣었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중앙공격수의 헤딩골이 득점 루트였다.

4강전에서 브라질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킨 클로제의 두번째 골은 벌칙구역에서의 세밀한 패스로 만들어졌다. 아크 정면에서 공을 잡은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가 오른쪽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에게 공을 전달했고, 뮐러는 원터치 패스로 클로제에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다. 브라질 수비진은 경기 내내 독일의 이런 정교한 패스를 감당하지 못했다.

독일이 브라질전에서 터뜨린 7골 중 5골이 벌칙구역 안에서의 짧은 패스로 브라질의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며 성공시킨 득점이다. 독일은 브라질(547번)보다 많은 592번의 패스를 시도해 483번(브라질 433번) 성공시켜 82%의 성공률(브라질 79%)을 기록했지만 롱패스는 82개로 브라질(85개)보다 적었다.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16강 이상 진출 팀 중 패스 성공률(9일 기준)
16강 이상 진출 팀 중 패스 성공률(9일 기준)
이 방식은 최근 독일 축구의 특징이다. 독일은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개 팀 중 가장 높은 8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6경기를 치르면서 참가팀 중 가장 많은 3421번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는 요하힘 뢰프 독일 감독의 ‘선택과 변화’에 힘입은 바 크다. 뢰프 감독은 팀 주축 선수들의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변화를 꾀했다. 조별리그와 16강전까진 고정된 중앙 공격수를 기용하지 않는 ‘폴스9’과 패싱력이 좋은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을 중앙에 기용해 점유율을 높여 승률을 높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득점이 줄고 수비 뒷공간이 뚫리는 약점이 발견되자 뢰프 감독은 8강전부터 최전방 공격수 클로제를 선발로 내보냈고 람을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돌렸다. 그 결과 기본적으로 패스 축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중앙에서의 결정력과 수비 불안을 해소했다. 김대길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스페인 축구가 ‘여성적인 티키타카’라면 독일식 축구는 ‘남성적인 티키타카’다. 스페인에 비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독일은 상대 문전까지 갔을 때도 거기서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이런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유로 2000에서 1무2패로 조별리그에 탈락하며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독일은 축구협회와 클럽팀이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모색했다. 그 결과 현대 축구에 걸맞은 기술적인 선수들이 대거 육성됐고, 람을 비롯해 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이상 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아스널) 등 새로운 세대가 성장해 분데스리가와 독일 대표팀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독일축구협회는 새로운 독일 축구를 이끌 수장으로 뢰프 감독에게 대표팀의 연속성을 보장해줬고, 뢰프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를 일관되게 관철시키는 뚝심과 상황에 따라 독일 고유의 전통을 살리는 유연성을 보여줬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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