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내년초 아시안컵까지 유임”
허정무 부회장·황보관 기술위원장 등도 자리 지켜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내년초 아시안컵까지 유임”
허정무 부회장·황보관 기술위원장 등도 자리 지켜
대한축구협회가 3일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하는 장면은,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그만한 공격수도 없다”며 박주영을 두둔하던 모습과 비슷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감독은 홍 감독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홍 감독에게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홍 감독 개인에게 떠넘기는 건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패를 교훈 삼아 대표팀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인 벨기에전 직후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귀국 뒤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면담한 뒤 마음을 바꿨다고 허 부회장은 전했다. 이날 회견에 홍 감독은 참석하지 않았다.
홍 감독이 자리를 보전함에 따라 홍 감독과 함께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던 허 부회장과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도 자리를 지키게 됐다. 허 부회장은 ‘협회에서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지는 앞으로 결정하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월드컵) 준비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말했다.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감독 유임을 결정한 것은 순서가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엔 “국민들이 홍 감독의 거취를 궁금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허 부회장은 △선수 선발 △대안 전술 부재 △컨디션 관리 실패 등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이날 결정은 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 처방으로 여겨진다. 여전히 호의적인 여론이 많은 홍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협회를 향한 비판을 피해보려는 꼼수로도 읽힌다. 한국갤럽조사연구사가 1~2일 전국 667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홍 감독의 유임을 지지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모든 책임을 감독이 지고 물러나는 방식이 반복됐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며 과거 협회의 일처리 방식을 비난하기도 했다.
관심은 협회가 말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마련돼 아시안컵 이전에 축구 대표팀에 적용되느냐에 모아진다. 전망은 비관적이다. 홍명보호가 지난해 1월 이후 고수해온 전술과 다른 대안을 마련하고 적용하기에는 남은 6개월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홍 감독과 축구협회에 그런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축구협회 바깥에선 자기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홍 감독이나 그를 지지한 허 부회장 등 현 협회 집행부가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가 진단’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대표팀 운영과 감독 선발에 마땅한 원칙이 없는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한번 더 믿고 맡기는 선택을 했다. 홍 감독 역시 아시안컵에서 ‘대박’을 터뜨린다면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기에 협회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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