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라마단’ 악재 딛고
우승후보 독일 상대 명승부
4경기 모두 다른 선발 라인업
할릴호지치 감독 용병술 빛나
우승후보 독일 상대 명승부
4경기 모두 다른 선발 라인업
할릴호지치 감독 용병술 빛나
알제리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름답게 퇴장했다. 8강 문턱에서 우승 후보 독일에 1-2로 아쉽게 패한 알제리는 한국이 1승 상대로 만만히 봤던 그 알제리가 아니었다.
알제리는 1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분패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돼 알제리의 열세가 예상됐다.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교도들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물 섭취를 금한다. 이슬람교도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알제리는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펼쳤다. 공격 점유율에서 22 대 78로 압도당했고, 유효 슈팅 역시 독일이 16개를 기록하는 동안 4개밖에 올리지 못할 정도로 객관적인 지표에서는 열세였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독일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다. 무게중심을 밑으로 내리고 수세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다 한번에 상대 골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역습에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알제리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H조 최강으로 평가되는 벨기에를 상대로 비슷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후반 25분까지 1-0으로 리드하는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 바탕에는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의 유연한 전술적 대응이 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 전마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은 완벽히 끝났다”며 큰소리를 쳤고, 이 분석에 따라 조별리그 1차전인 벨기에전부터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까지 매번 다른 선발 라인업을 내놨다. 강호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는 야신 브라히미(그라나다),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 등 공격 자원을 과감히 빼고 수비적인 라인업을 들고나와 벨기에를 괴롭혔다. 그 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브라히미와 압델무멘 자부(클럽 아프리캥) 등 무려 5명의 새로운 선수를 투입해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와 4-2 대승을 거뒀다. 러시아와 1-1 무승부로 16강에 진출한 뒤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다시 브라히미, 자부 등을 빼고 수비적인 전술로 독일을 괴롭혔다.
알제리축구협회는 잦은 갈등과 논란에도 2011년 6월 할릴호지치 감독을 선임한 이후 월드컵까지 3년의 임기를 보장했고, 할릴호지치 감독은 보장된 시간 동안 선수들을 완벽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다. 또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에서 사적인 감정을 배제했다. 브라히미, 사피르 타이데르(인터밀란) 등 부임 이후 직접 영입한 프랑스 청소년대표팀 출신 선수들은 일명 ‘할릴호지치의 아이들’로 불렸지만 전술적 판단에 따라 이들을 과감히 배제하기도 하고, 그동안 선호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중용하기도 하는 등 합리적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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