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가 2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전반 28분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 연합뉴스
콜롬비아 하메스 로드리게스
우루과이전 2골…5골로 선두
23m 발리슛 “최고의 골” 찬사
경기뒤 “스페인서 뛰는 게 꿈”
레알마드리드 등 이적 가능성
8강전서 네이마르와 골 대결
우루과이전 2골…5골로 선두
23m 발리슛 “최고의 골” 찬사
경기뒤 “스페인서 뛰는 게 꿈”
레알마드리드 등 이적 가능성
8강전서 네이마르와 골 대결
콜롬비아 최대 유소년 축구 대회인 ‘포니 푸트볼 챔피언십’의 2004년 결승전. 관중석에서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동료였던 우페기 로페스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는 메데인 지역의 축구클럽 엔비가도의 사장이자 최대주주였고, 이 대회 득점왕이자 최우수선수로 뽑힌 13살 소년을 스카우트했다. 그 선수는 바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떠오른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였다. 지난 27일 <가디언>은 “로드리게스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데에는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그의 배후엔 마약조직과의 연루 혐의를 받던 사업가가 후원자로서 존재했다”고 전했다.
엔비가도는 초대 사장에 이어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로페스조차 암살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축구팀이었지만, 유소년 선수 육성 분야에선 콜롬비아 최고의 클럽이었다. 로드리게스에게 유명한 축구 지도자의 개인지도를 알선하는 등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고, 2008년 아르헨티나 반필드로의 이적도 허용했다. 그는 17살에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최연소 외국인선수로 데뷔했고, 반필드의 사상 첫 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그리고 6년 뒤 그는 전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드는 골을 터뜨렸다.
로드리게스는 2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콜롬비아의 2-0 승리와 함께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전반 28분 골문에서 23m 떨어진 지역에서 패스를 받아 가슴 트래핑을 한 뒤 발리슛으로 터뜨린 골은 “브라질월드컵 최고의 골”이라는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다. 전 잉글랜드 대표 필 네빌은 <비비시>를 통해 “월드 클래스 골이다. 자신의 어깨 뒤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폴 스콜스, 사비 에르난데스 같은 최고의 선수나 할 수 있는 플레이다. 로드리게스는 완성된 선수”라고 극찬했다.
로드리게스는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득점 단독선두에도 올랐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이상 브라질) 이후 처음으로 4경기 연속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데일리 메일>은 “골든부트 확률이 1%밖에 안 되던 로드리게스가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를 제쳤다. 매우 아름다운 재능을 지닌 환상적인 선수”고 전했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로드리게스는 1980~90년대 콜롬비아 축구의 전설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후계자로 불린다. 2012년 페케르만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직후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로드리게스에게 발데라마의 등번호 10번을 준 것이다. 그리고 왼쪽 날개 공격수로 활약하던 그의 포지션을 중앙 플레이메이커로 바꿨다. 스트라이커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렸던 과감한 결정은 대성공을 거뒀다. 로드리게스는 “내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0년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로 이적한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여름 프랑스 모나코의 유니폼을 입었다. 모나코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3850만파운드(약 665억원)의 이적료를 지급할 때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불과 1년 만에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월드컵 뒤 여름 이적시장에선 명문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전 승리 뒤 그는 “바르셀로나보다 레알 마드리드가 좋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스페인에서 뛰는 것이 내 꿈이었다”고 말했다. <블리처 리포트>는 “양쪽 날개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개러스 베일이 있고, 가운데 로드리게스가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발데라마의 후계자’ 로드리게스는 다음달 5일 8강전에서 ‘펠레의 후계자’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가 이끄는 브라질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데일리 메일>은 “적어도 한 명의 선수로선 브라질의 누구에게도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에겐 ‘인생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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