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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3무’ 한국…예견된 눈물

등록 2014-06-27 19:25수정 2014-06-27 22:09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3무’ 한국…팀리더·해결사·플랜B
10명이 뛴 벨기에에 0-1 패배
16년만에 무승으로 16강 탈락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1무2패 승점 1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가장 저조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시작된 ‘조별리그 1승 이상’의 행진도 멈췄다. 홍명보 감독과 23명의 선수들은 물론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충격적인 결과다.

홍명보호의 가장 큰 결점 중 하나는 박지성 같은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면서 원칙을 깨고 그를 발탁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박주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수들을 다독거리는 리더도 없었다. 주장 구자철은 자신의 플레이를 하기에도 바빠 보였다. 기성용, 이청용은 컨디션이 나빠 자기 몫도 해내지 못했다. 가나와의 평가전과 알제리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선제골을 허용한 뒤 빠르게 무너졌다. 갑작스런 상황이 닥쳤을 때 선수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 감독은 마냥 믿고 기다렸다. 팀에 리더가 없다는 지적엔 “매 상황마다 판단은 선수 각자가 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은 선수들 개인이 자기 위치에서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홍 감독의 이른바 ‘형님 리더십’은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주었을지 몰라도 대표팀의 현실과 모순됐다. 존재하지 않는 해결사가 나와주기를 기다렸다.

또한 홍 감독에게는 ‘플랜 B’가 없었다. 전지훈련에서 본 대표팀의 연습은 ‘최전방 박주영, 좌우 날개 손흥민과 이청용, 가운데 기성용’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4-2-3-1 포메이션은 고정불변이었고 상대가 예측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키플레이어 기성용은 본선에서 상대에게 철저히 차단당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패스를 받은 기성용이 자기 진영으로 돌아서기가 무섭게 압박을 했고 심판이 보지 않을 땐 툭툭 건드리며 그를 자극했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 1-1 무승부 결과에 만족하고 러시아전과 변함없는 베스트 11과 전략을 들고 나갔다가 공격진을 대폭 바꾼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다.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고 밝힐 정도로 홍 감독은 좀처럼 자신의 판단과 신념을 부인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아닌 선수들에겐 인색했다. 손흥민과 함께 유일하게 상대 수비를 위협한 이근호는 1, 2차전 맹활약을 펼쳤지만 27일(한국시각) 벨기에전에 선발로 내보내지 않았다. 박주영을 빼고 김신욱을 선발로 내보냈지만 선수들은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원톱 김신욱을 가정한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홍 감독의 유연성 부족과 폭넓지 못한 선수 기용은 결국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베스트 11의 훈련 파트너로 전락시켰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감독인 내가 가장 부족했다”고 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평가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지만, 결과를 강조하며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깬 이는 홍 감독이었다.

상파울루/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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