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3일 새벽(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후반 골 기회를 놓친 뒤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포르투알레그리/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반 12분간 3골…2-4 패배
피로 쌓여 훈련 거른 이청용
‘슈팅 0’ 박주영 등 그대로 기용
선수비 후공격 전술도 안바꿔
분위기 바꿀 시점에 벤치만 지켜
알제리는 바뀐 선수 5명이 ‘3골’
피로 쌓여 훈련 거른 이청용
‘슈팅 0’ 박주영 등 그대로 기용
선수비 후공격 전술도 안바꿔
분위기 바꿀 시점에 벤치만 지켜
알제리는 바뀐 선수 5명이 ‘3골’
한국 축구 대표팀에 알제리전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무승부를 기록한 첫 경기 러시아전과는 다른 선택이 필요했다. 상대는 우리의 전력을 이미 파악한 뒤 다른 전술을 들고나왔다.
23일(한국시각)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의 패인은 홍명보 감독의 준비 부족이었다. 홍 감독은 1차전인 러시아전 베스트 11을 그대로 기용했다. 러시아전 전반 45분 동안 슈팅 한 번 때리지 못했던 박주영을 최전방에, 피로가 쌓여 훈련을 거르기도 했던 이청용을 오른쪽 날개에 그대로 내보냈다. 4-2-3-1 포메이션의 변화도 없었다. “러시아전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홍 감독의 판단이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홍 감독의 믿음과 선수들의 컨디션엔 큰 간격이 존재했다. 박주영은 이날도 후반 12분에야 첫 슈팅을 날린 뒤 바로 김신욱과 교체됐다. 이청용 역시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1차전 1-2 패배를 교훈 삼아 새로운 시도를 했다. 벨기에전에 선발로 나오지 않았던 선수를 5명이나 내보냈다. 알제리가 터뜨린 4골 중 3골이 이들에게서 나왔다. 소피안 페굴리의 측면 공격은 예상대로 위협적이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2선 공격수 역할을 맡으며 두번째 골을 넣은 야신 브라히미는 한국영이나 기성용 등 우리 수비 한두명을 손쉽게 개인기로 제쳤다. 전반 38분 세번째 골을 넣은 압델무멘 자부는 한국의 중앙 수비수 김영권과 홍정호의 ‘불협화음’을 놓치지 않았다. 브라히미와 자부 모두 첫 경기엔 나오지 않은 선수들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1차전에 뛰지 못해 잔뜩 벼르고 있던 선수들”의 간절함을 전략으로 삼았다.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펼친 알제리에 맞대응하지 못한 점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 한국 대표팀의 전반 초반 전술은 러시아전과 큰 차이 없이 ‘선수비 후공격’에 가까웠다. 초반 주도권을 상대에게 뺏겼고 선제골을 내준 지 2분 만에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됐다.
홍 감독의 대처 능력 부재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전반 막판 0-3으로 뒤지자 홍 감독은 벤치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12분 만에 세 골을 내준 뒤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주장인 구자철도,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는 박주영도 마찬가지였다. 선수 교체로 흐름을 끊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홍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수비수들이 안정되길 바랐다. 그 상황에서 공격수를 바꾸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후반 5분 손흥민의 추가골이 나온 뒤 홍 감독은 박주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지만 흐름을 바꾸긴 어려웠다. 두 차례 평가전과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홍 감독의 선수 교체는 언제나 공격수 또는 수비수들끼리의 ‘맞교환’이었다. 뒤지고 있을 때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늘리는 선수 교체는 하지 않았다. 후반 33분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지동원을 내보냈지만 이미 경기는 상대 쪽으로 기울어진 뒤였다. 후반 36분이 지났을 즈음 홍 감독은 다시 벤치에 주저앉았고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알제리에 32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안긴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 뒤 “한국팀 분석을 많이 했다. 한국 수비는 압박이 좋지만 우리 공격이 깊숙이 침투하면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이 그 틈을 잘 활용했다”고 말했다. 포르투알레그리/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월드컵과 한국정치"클래스는 영원하다"[21의생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