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의 눈
상대 달려드니까 마구 백패스
‘폭 넓게, 전방 깊게’ 움직여야
상대 달려드니까 마구 백패스
‘폭 넓게, 전방 깊게’ 움직여야
우리 선수들이 좀 반성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생결단의 각오니 정신력이니 투쟁력이니 다 준비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축구를 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더 쉽게 패스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패스를 할 때는 반경 20m 안에 동료와 상대 선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위치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에워싸도 백패스를 안 하고 빠른 템포로 기술축구를 할 수 있다. 상대가 막 달려드니까 마구 백패스를 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공 받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잘 안돼 있는 탓이지만,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압박이 강할 때는 선수들이 ‘폭이 넓게, 전방에 깊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김신욱의 고공 능력도 단순하게 골을 잡는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뻥축구도 전술의 한 형태다. 김신욱은 상대 수비수 2명은 끌고 다니는데, 상대를 유인할 때 생기는 그 앞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작전을 고민해야 한다.
수비에서는 알제리 선수들을 배워야 한다. 알제리의 전반 수비 조직력을 보면 자기 진영 깊숙이 패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열심히 상대 선수를 쫓아다니는 게 압박이 아니라 우리 진영 공간에 패스가 깊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공간을 밀봉하는 게 압박이다. 빠르게 뛰어다니는 것보다 ‘생각의 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 2~3명이 동시에 막아서면 혼을 빼앗겼다. 벨기에전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기동력과 순발력이 있다. 벨기에전에서는 대승을 노릴 수밖에 없다. 빠른 공격을 위해 빨리 뛰는 것보다 생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슈팅이나 빠른 플레이는 ‘차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것의 문제’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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