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전에서 23일 한국축구대표팀이 2-4로 패배하자 시민들은 탄식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 광장과 영동대로, 신촌 연세로에 모인 시민들은 태극전사들이 전반에만 3골을 실점하자 침통함에 빠졌다가 후반 들어 추격전이 시작되자 응원 열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후반에도 1골을 내어주고 결국 패배하자 역전승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가 끝난 후 빠르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시민도 있었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관전평을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
연세로에서 만난 직장인 이종혁(28)씨는 “지더라도 경기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온 보람이 없다”며 “후반에서살아나기는 했지만 전반 내내 슈팅 한번 없었던 게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연세로를 찾은 대학생 홍진기(23)씨는 “전반에 개인의 기량이나 팀워크 측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아쉽다”면서 “다음에 열심히 준비해서 꼭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동대로에서 응원한 중앙대 경영학과 3학년생 김태권(26)씨는 “처음에 너무 못했고 골키퍼의 위치선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초반에 좀 더 집중해 막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회사원 이문주(25)씨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너무 쉽게 무너져서 허탈하다”며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라도 좋은 경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세로에서는 알제리의 승리를 축하하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바심(22)씨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사우디 친구 2명과 함께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는 “한국이 잘하기는 했지만, 알제리가 정말 이길 줄 몰랐다”면서 “같은 아랍국가여서 알제리를 응원했는데 이겨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날 영동대로에서는 응원 나온 시민 10명이 찰과상이나 가벼운 어지럼증 때문에 응급 처치를 받았다.
5호선 광화문역은 경기 직후 혼잡에 대비해 오전 6시부터 30분간 무정차 통과할예정이었으나 일찌감치 자리를 뜬 시민들이 많아 이용객이 적게 몰리면서 정상 운행됐다.
2호선 삼성역과 신촌역 역시 오전 6시 30분까지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각각 10분, 7분 빨리 운행이 재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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