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상대 공점유율 24% 불과
드러눕기 등 시간끌다 야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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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선수 10명이 전원 수비에 나서는 이란 대표팀의 극단적인 수비축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약팀이 강팀을 만났을 때 유용한 전술이긴 하지만, 자칫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당 평균 3점이 넘는 화려한 공격축구가 특징인 이번 대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란은 22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펼쳤다. 공 점유율은 76%(아르헨티나) 대 24%(이란)일 정도로 일방적이었지만, 이란의 날카로운 역습이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흔들 뻔한 장면도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에게 일격을 당했으나, 정규시간 90분 동안만큼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슈팅 수는 21 대 8로 밀렸지만 유효 슛은 4 대 3까지 따라붙었다.
수비축구는 F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이란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일 수도 있다. 운동장 반쪽만을 사용한 밀집수비는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곤살로 이과인,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궤로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무력화시켰고, 다득점을 노리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0-0의 무승부가 무너지는 순간 이란의 극단적 수비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메시의 결승골이 터지기 전까지 이란은 교체선수가 느긋하게 필드 밖으로 나가는가 하면, 부상당한 선수가 경기장에서 일어나지 않는 특유의 ‘침대축구’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도 1-0으로 앞서자 종료가 채 3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선수 교체로 응징했다. 교체되는 앙헬 디마리아(레알 마드리드)는 산책하듯 느릿느릿 걷고, 물병을 챙기고, 양말을 끌어올리며 시간 끌기로 응수한 것이다.
이란은 17일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수비축구로 일관해 관중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란은 1무1패를 기록해 오는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16강 진출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이 필요해 ‘질식수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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