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소재 카스텔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왼쪽)가 2-2 동점골을 기록한 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 최다득점…호나우두와 동률
“최다골 신기록 나에게 세상 모든 것”
“최다골 신기록 나에게 세상 모든 것”
세계 축구의 전설 호나우두(38·브라질)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축제에 참가해 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한 부탁이 있습니다. 제발 클로제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세요. 이곳에서 절대 골을 넣지 못하도록.”
호나우드의 바램이 무색하게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는 22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카스텔랑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G조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26분 독일의 패배를 막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월드컵에서 개인 통산 15번째 골을 터뜨리며 호나우두의 최다골과 동률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폴란드 태생의 클로제는 스무살 때까지만 해도 독일 5부리그 홈부르크 2군의 별볼일 없는 선수였다. 그는 1999년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뒤 베르더 브레멘,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2011년부터 이탈리아 세리에A의 라치오에서 뛰고 있다. 프로 통산 524경기에서 206골을 넣으며 스트라이커로서 만족할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르기엔 부족했다. 브라질월드컵에도 마리오 고메즈(바이에른 뮌헨)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독일 대표팀 승선이 어려웠다.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클로제는 역시 ‘A매치의 사나이’였다. 지난 7일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132경기 출전만에 69골을 넣어 게르트 뮐러의 68골을 넘어서며 독일 대표팀 개인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클로제가 창의적인 독일 미드필더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벌칙구역 안에서 육감적으로 위치를 선정하는 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나전에서도 1-2로 뒤진 상황에서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 때 골을 터뜨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위치에 그가 있었다. 코너킥에서 올라 온 공이 베네딕트 회베데스(샬케04)의 머리에 빗맞아 흘러나가는 순간 골문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발을 갖다댄 선수가 있었다. 바로 클로제였다. 교체 투입된 지 불과 2분만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독일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출해냈다.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하며 엉덩방아를 찧은 클로제는 “마지막으로 공중제비를 돈 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클로제의 부상까지 빌며 기록에 집착을 보였던 호나우두도 트위터에 “(월드컵 최다 골) 클럽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표팀에서의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매너로도 클로제는 명성이 높다. 2005년 4월 베르더 브레멘 시절 빌레펠트전에서 자신이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며 심판이 판정한 페널티킥을 거부했다. 2012년 9월엔 나폴리와의 경기에서 손을 써서 골을 넣었다고 심판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클로제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지만,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은 나에게 세상 모든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특별 배려는 없다”던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도 가나전 무승부 뒤 “클로제가 경기를 되살렸다”며 팀이 위기일 때 클로제를 조커로 계속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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