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전방 붙박이 벗어나
그라운드 전역 흔드는 스트라이커
잉글랜드전 2골 터트려 승리 견인
마이클 오언 “게임체인저” 극찬
전방 붙박이 벗어나
그라운드 전역 흔드는 스트라이커
잉글랜드전 2골 터트려 승리 견인
마이클 오언 “게임체인저” 극찬
“수아레스는 모든 위치에서 어떤 종류의 골도 넣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센터포워드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보다 나은 스트라이커는 없다.”
은퇴한 잉글랜드 축구 스타 마이클 오언(35)은 지난 19일(한국시각)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우루과이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를 “게임 체인저”라며 극찬했다. 오언은 “수아레스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감독의 전술적 측면에서 센터포워드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수아레스는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의 역할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그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1골로 득점 1위에 올랐지만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타깃맨’처럼 최전방에 붙어있지 않고 경기장 전 구역을 휩쓸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도움 부문에서도 12개로 리그 2위를 기록하며 득점 2위(21골)에 오른 팀 동료 대니얼 스터리지에게 골 기회를 만들어줬다. 때로는 수비진영까지 깊숙이 내려와 공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오언은 “그가 코스타리카전에서 무기력했던 우루과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측대로 수아레스는 20일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를 격침시켰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수아레스는 축구장의 ‘악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1년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출장정지를 당했고, 지난해 4월엔 첼시의 수비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어 ‘핵이빨’이라는 오명을 입기도 했다. 온갖 비난에도 ‘골 사냥꾼’은 골로 말했고,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의 문턱까지 갔던 리버풀 돌풍을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를 영입하려 10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아레스는 지난달 무릎 반월판 연골 수술을 받아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불투명했다. 그는 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이탈리아전의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봤지만, 잉글랜드전의 대활약으로 부상 우려가 기우해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그의 무릎 부상은 근육이 다친 게 아니기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오언의 말대로 88분동안 8571m를 누비며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힌 수아레스는 “내 생애 최고의 승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수아레스가 터뜨린 2골은 모두 리버풀의 동료이자 잉글랜드의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가 연관됐다. 제라드는 첫번째 골의 시발점이 된 우루과이의 미드필더 니콜라스 로데이로(보타포구)의 공을 차단할 기회가 2차례 있었지만 소극적인 플레이로 놓쳤다. 두번째 골 장면에선 우루과이의 골키퍼가 롱킥을 한 공이 헤딩을 시도한 제라드의 머리를 맞고 뒤로 흐르며 수아레스에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지난 4월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맨체스터 시티에 우승을 내준 제라드의 불운이 대표팀에서도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월드컵 10경기 759분만에 첫골을 터뜨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우루과이는 이날 승리로 1승1패를 기록해 ‘죽음의 조’에서 16강행 불씨를 되살렸고, 잉글랜드는 팀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첫 2경기를 모두 지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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