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리블 뒤 환상적인 골
아르헨, 보스니아에 2-1 승리
아르헨, 보스니아에 2-1 승리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가 열린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아르헨티나 팬들은 후반 20분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메시를 연호했다. 기다리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의 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 골은 아르헨티나의 2-1 승리를 확정짓는 결승 득점이 됐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의 월드컵 골맛을 보기 위해 8년을 기다렸다. 메시는 2006년 6월17일 열린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무려 2921일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메시 역시 동료들과 진한 포옹을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메시는 경기 뒤 “국가대표로서 일이 잘 풀리지 않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었다”며 “국가대표로서 골을 넣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메시는 발롱도르를 4년 연속 수상(2009~2012)한 세계 유일의 선수로 ‘제2의 마라도나’라는 별명은 떼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독일월드컵에서는 1골 1도움에 그쳤고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다소 약한 전력의 팀을 자신의 힘으로 우승까지 이끈 것과 비교되곤 했다.
메시는 이날 경기에서 8년만에 득점을 올리며 명예회복의 신호탄을 쐈지만 이날 메시의 경기력은 기복이 있었다. 이날 메시는 후반전 경기를 지배했다. 공격 조율은 물론 기회를 창출하고 마무리짓는 역할까지 메시의 발끝에서 이뤄졌다. 결승골을 터뜨린 장면에서는 메시의 전매특허인 왼발 아웃사이드 드리블로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한 뒤 한박자 빠른 왼발 슛으로 상대 골문을 공략하는 장면을 그림처럼 연출했다. 그러나 전반전은 정반대였다. 움직임은 둔했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하지 못했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뚫지 못해 상대 문전까지 침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전후반의 차이는 후반 교체투입된 곤살로 이과인(27·레알 마드리드)과 페르난도 가고(28·보카 주니어스)에게 있었다. 이과인과 가고는 메시의 앞과 뒤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메시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메시의 득점 장면에서도 두 선수의 움직임이 빛났다.
리우데자네이루/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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