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푸에트로이과수의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되고 있는 고기와 소시지. 검은색 소시지가 돼지 내장으로 만든 ‘순대 소시지’이다. 박현철 기자
올라, 브라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차이는 식당에서도 발견됐다. 푸에르토이과수의 한 레스토랑에 들러 아르헨티나식 바비큐를 주문했다. 숯불에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가 한가득 나왔다. 우리 음식과 비슷한 곱창도 나왔다.
반가운 음식을 만나 손놀림이 빨라질 때쯤 동행한 브라질 가이드 아데바시르 이부 구아르다(34)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한국 사람들도 이걸 아주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는 “우린 그런 거 안 먹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갑자기 핸드폰 사진을 보여줬다. 엄청난 크기의 소갈비 사진이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자랑했다.
그에게 물었다. “브라질 사람들, 아르헨티나를 안 좋아하나?”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이곳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엄청 세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순히 축구 라이벌 이상으로 두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825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남부 시스플라티나주의 독립 문제를 두고 3년 가까이 전쟁을 벌였다. 결국 브라질이 패했고 유럽의 중재 끝에 우루과이가 탄생했다.
한 교민은 “브라질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배경 중에 영토 분쟁이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감정은 한국-일본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아데바시르는 “브라질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오만하다고 여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유럽 백인의 후예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90% 이상은 유럽계 백인이다.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초반 세계 10대 부유국에 꼽힐 만큼 ‘잘나갔던’ 적이 있다. 과거엔 혼혈 인종이 많고 느긋한 브라질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에이피>(AP)는 지난 3월 “브라질 사람들에게 이번 월드컵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이라고 보도했다. A조 브라질과 F조 아르헨티나는 둘 다 조 1위를 해서 승승장구하면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다. 포스두이구아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아르헨티나 푸에트로이과수의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되고 있는 고기와 소시지. 박현철 기자
아르헨티나 푸에르토이과수의 3국 접경 지역. 브라질-아르헨티나를 나누는 이구아수강과 파라과이-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나누는 파라나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붉은색 강물의 이구아수강이 이곳에서 파라나강과 만나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박현철 기자
이구아수강 건너 오른쪽이 브라질의 포스두이구아수, 왼쪽은 파라과이의 프레시덴테 프랑코이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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