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이투에 있는 러시아대표팀 베이스캠프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러시아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쳤고,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5분간 이야기를 들었다. 전날 있었던 자체 평가전에서 공격수들이 골을 넣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
러시아 스포츠전문지 <스포르트-엑스프레스>의 드미트리 시모노프 기자는 “러시아는 지금 군대와 같다”며 러시아 대표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시모노프 기자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독의 통제 아래 있다. 부인과 여자친구가 호텔을 출입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이 호텔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2년 러시아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카펠로 감독은 독단적인 팀 운영으로 비판을 사기도 했지만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F조 1위(7승1무2패·승점 22)로 본선에 오르며 선수와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대표팀에 소집됐던 과거와 달리 5월 초부터 한달 넘는 합숙 생활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선수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카펠로 감독의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도 논란이다. AC밀란,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 등 과거 카펠로 감독이 성공을 거뒀던 팀들은 모두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어서 수비적인 전술에도 불구하고 득점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러시아는 그런 수준급 공격수가 없다.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공격형 미드필더 로만 시로코프(33·크라스노다르)의 대체자로는 알란 자고예프(24)와 올레크 샤토프(24) 사이에서 저울질 중이지만 완벽한 대체는 불가능해 카펠로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모노프 기자는 “카펠로 감독이 러시아와 계약을 4년 연장했는데 4년 뒤면 72살이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 보이지만 러시아에서는 다음 월드컵은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러시아 감독이 대표팀을 지도하길 원하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투/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