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 네이마르, 시작부터 득점왕 후보로 떠올라
0-1로 뒤진 전반 29분 아크 정면에서 공을 잡은 네이마르의 왼발슛이 크로아티아 오른쪽 골대를 맞고 절묘하게 골네트를 가르는 순간 아레나 꼬린치앙스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1600여명의 브라질 관중들은 “네이마르”와 “브라질”을 연호했다. 세계 최강의 축구팀을 가지고 있으며 삼시세끼 밥을 먹듯이 득점 장면을 보는 브라질 관중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수십년 만에 월드컵 첫골을 보는 듯 네이마르의 득점에 열광했다. 6만 관중의 함성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었다.
월드컵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13일(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꼬린치앙스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에서 2골을 넣은 네이마르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그동안 월드컵 역사에서 개막전 경기에서 개최국이 패한 적은 한번도 없다. 사상 처음으로 개막전에서 개최국이 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남아공은 중남미의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물론 역대 개막전은 이변의 산실이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전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약체 세네갈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1978년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4년뒤인 1982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벨기에에 0-1로 잡혔다. 1986년 월드컵에서 다시 우승을 한 아르헨티나는 4년뒤 1990년 월드컵 개막전에서는 카메룬에 또다시 0-1로 덜미를 잡히며 다시 한번 개막전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브라질 역시 경기 초반 자책골을 내줄 때만 해도 브라질이 새로운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브라질 관중들을 엄습했다. 전반 11분 크로아티아의 측면 공격수 올리치가 상대 왼쪽 측면에서 침투한 뒤 올린 땅볼 크로스가 브라질 수비수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의 발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며 브라질은 선제골을 자책골로 내줬다.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 이래로 84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개막 첫골을 자책골로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브라질이었다. 이후 대반격에 나선 브라질은 크로아티아를 압도했다. 파울리뉴(토트넘)와 오스카(첼시) 등이 연이어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와중에 해결을 지은 것은 브라질의 차세대 슈퍼스타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전반 29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정확한 왼발 땅볼 슛을 쐈고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이마르는 후반 26분 프레드(플루미넨세)가 얻어낸 페널티킥까지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크로아티아는 브라질의 파상 공세를 막기에 급급했다. 브라질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6분 오스카가 역습에 이은 오른발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회가 시작하자마자 2골을 넣은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득점왕(골든슈) 후보로 떠올랐고,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브라질은 1순위 우승후보임을 재확인시켜줬다. 브라질은 18일 멕시코, 크로아티아는 19일 카메룬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상파울루/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