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 눈
선취골에 이은 대량 실점을 허용하면서 한국팀이 본선에서 쓰려던 4-2-3-1 포메이션과 전술을 제대로 실험하지 못했다. 전술, 정신력, 체력을 총점검할 마지막 기회였는데 아쉬운 경기였다. 선취골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셈이다. ‘졸전’이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수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월드컵 마지막 평가전인데 교체선수를 넣어가며 좌우 풀백 4명을 가동해야 했다. 여전히 ‘베스트’가 안 정해졌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도 불안한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포함한 전원이 수비를 도와야 한다.
둘째, 체력적인 부분이다. 전지훈련 기간 집중했던 ‘휴식과 회복’(rest and recovery)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드러났다. 박주영, 기성용, 홍정호 등 소속팀에서 정상적으로 뛰지 못했거나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이 정상적인 스피드와 민첩성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 부상을 당했던 기성용의 지구력, 역습 스피드, 순발력이 모두 떨어지면서 팀 전체에 볼 배급과 패스 타이밍이 아주 느렸다.
셋째, 개인·부분·팀 전술이 모두 불안했다. 수비 불안과 미드필더의 느린 볼 공급이 겹치면서 손흥민, 박주영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선수비 후역습’ 장면이 한차례도 안 나왔다. 선발전 하듯 개인 기량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면도 보였다. 지난 튀니지전과 견줘 경기력이 나아졌다. 후반 교체된 김보경, 이근호가 들어오면서 활기를 띠기도 했다. 일부 역습 장면에서 손흥민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 점도 고무적이다. 공을 몰면서 좌우로 몸을 비틀어 수비를 흔들고,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슈팅까지 연결했다. 이청용의 컨디션도 괜찮았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수비만 견고하다면, 역습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불씨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박주영도 100% 몸 상태는 아닌 듯 보였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니까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 시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에 경기력을 지배하는 건 정신력이다.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문선 프로축구 성남F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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