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4일 부산월드컵경기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의 첫 상대는 폴란드였다. 폴란드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당시 유럽예선을 1위로 통과해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아프리카 출신 이마누엘 올리사베데를 귀화시켜 공격력을 높였고, 골키퍼는 유럽 축구계에서 이름 높았던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인 예지 두덱이었다.
전반 26분 벌칙구역 왼쪽 바깥에서 이을용이 올려준 센터링을 맏형 황선홍이 발리슛을 쏴 선취골을 터뜨렸다. 후반 8분 폴란드가 만회골을 서두를 때 유상철의 오른발 강슛이 골문을 열어 2-0으로 이겼다. 유상철의 골은 사상 첫 월드컵 첫승을 확정짓는 골이었다.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 전에도 승리는 많이 경험했지만 같은 1승이라도 그때 승리는 정말 달랐다”며 “우리가 만들어낸 월드컵 첫승이라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뭉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히딩크 월드컵 대표팀은 순탄하지 않아 보였다. 잇따른 평가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고 때늦은 체력훈련 논란으로 축구팬들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잉글랜드·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유상철 감독은 “당시 우리 선수들은 남미팀보다는 힘과 덩치가 있는 유럽팀에 약했다”며 “조편성 역시 폴란드와 포르투갈, 미국 등과 짜여져 이들을 타깃으로 준비해왔던 게 주효했던 것같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팀들을 몰아붙여 결국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선수들의 사기에 큰 힘이 된 점도 빼놓을 수는 없다. 유 감독은 “당시 전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경기를 펼쳐 없던 힘도 생기는 등 사실 이득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유상철 감독은 그러나 “당시 젊은 선수들을 많이 뽑았지만 축구에 경험이 많은 고참선수들도 많아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게 된 것같다”며 축구는 팀워크의 경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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