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목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16강)다.” 선수단 전체가 하루 휴식에 들어간 5일(한국시각)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처음으로 브라질월드컵 목표를 제시했다. 대진운 등을 내세워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본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거리가 먼 ‘솔직한’ 목표다.
그의 목표는 결코 겸손한 게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한국은 벨기에(12위), 러시아(18위), 알제리(25위)에 이어 55위로 최하위다. 한수 위인 벨기에,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이 1승 제물로 여기고 있는 알제리도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루마니아 전에서 2-1로 이겨 평가전 2연승을 달리는 등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대표팀은 아직 한국 전력 분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은 “상대가 우릴 좀 무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에 대한 구상도 살짝 내비쳤다.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러시아는 압박이 좋고, 거기에서 상대 공격을 끊은 뒤 역습하는 속도가 빠르다. 상대가 잘하는 걸 봉쇄하는 게 중요하다.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쪽으로 공격 루트를 뚫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용은 선수들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훈련을 앞두고 러시아의 평가전 영상을 보여주고 많은 얘길 나눴다”고 말했다. “러시아전에 올인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세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는 체력적인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에 대해 “2년 전 런던올림픽 때보다 지금의 경기력이 더 좋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은 긴 시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대회 전 훈련에서도 경기 감각을 올리기 어려웠다. 반면 지금은 지난 3월 그리스전 이후 팀에서 계속 훈련을 했고 경기에도 출전했다. 경기력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였던 기성용, 이범영 등 3~4명의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고 홍 감독은 밝혔다. “위기일 수 있었는데 다행이다.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소집할 때 5월 초에 들어온 선수가 있는 반면 그 이후에 온 선수도 있었다. 그들을 구분해서 컨디션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주로 심폐기능과 지구력 향상에 신경을 썼다.” 한국에서는 주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그는 “튀니지전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의 몸이 대체로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평가전 결과도 중요했지만 그전까진 경기보다 훈련에 중점을 뒀다. 경기를 제대로 치르려면 지구력은 물론이고 민첩성과 힘이 겸비돼야 하는데 그 훈련은 파주에서 하지 않았다.”
오는 10일 열리는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은 “튀니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지난 튀니지전보다는 조직력이 더 갖춰진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경험한 월드컵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고 위기가 온다.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 모두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월드컵이 시작되는 순간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마이애미/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