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
정효웅의 인저리타임
이제는 사라진 한국 스포츠의 요람 동대문운동장, 예전에 서울운동장이라 불리던 그 곳이 있던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는 현대적인 건축물이 세워졌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며 세계 최고의 여성건축가로 꼽히는 이라크계 영국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인기 있는 건축가인 하디드는 스포츠와 관련된 거대한 프로젝트들도 진행하고 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과 함께 2022년 월드컵 개최 예정인 카타르의 알 와크라 스타디움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그 스타디움 설계도의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한겨레>가 ‘이주 노동자들 피로 짓는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의 기사에서 상세히 보도했듯이 2012년 이후 인도인 500여명과 네팔인 400여명을 비롯한 1000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카타르의 건설 공사 현장에서 사망했다. 고대시대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열악한 처우와 환경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건축가 하디드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카타르 정부가 해결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기도 한데 그의 생각과는 달리 특별히 개선되고 있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보편적인 인권은 저 멀리 사라졌다.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의 무덤과도 같은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들어 올려봐야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최근 불거진 뇌물스캔들도 간과할 수 없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있었고 이에 대해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 출신인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회장이 관계자들에게 500만달러의 뇌물을 전달한 것은 거의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관련이 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스캔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달 중 조사보고서가 완료되면 국제축구연맹은 브라질 월드컵이 종료된 후에 결론을 지을 예정인데 개최지 선정 재투표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수장인 제프 블래터 회장은 이미 카타르 월드컵 개최 결정은 실수였다고 말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의 말대로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하고 이를 주저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곳에서 열리는 뇌물과 부패로 얼룩진 대회는 인류를 위한 잔치가 아니다. 무더운 날씨의 문제는 현대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지만 선수들과 관중들의 안전을 고려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의 선정은 다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생활체육회 경영지원과장, 전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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