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주전 유력 ‘제2 드로그바’
EPL 13골…에버턴 5연승 견인
EPL 13골…에버턴 5연승 견인
191㎝의 키에, 몸무게 101.2㎏ 거구. 그러나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빠른 스피드와 촘촘한 수비진 사이를 자유자재로 헤집고 다니는 민첩함, 그리고 한 호흡 빠른 슈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의 주포 로멜루 루카쿠(21·벨기에)다.
루카쿠는 6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3~2014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아스널과의 안방경기에서 3-0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탄 에버턴은 아스널(승점 64)보다 1경기를 덜 치르고도 승점 63(골득실 +21)으로 5위에 올라 4위를 넘보고 있다.
에버턴의 활약 뒤에는 ‘제2의 드로그바’로 불리는 루카쿠가 있다. 이날 아스널전에서도 루카쿠는 전반 14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팀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온 루카쿠의 슛을 스티븐 네이스미스가 밀어넣은 것. 추가골은 루카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전반 34분 루카쿠는 패스를 받아 오른쪽 공간으로 재빠르게 침투했다. 아스널 수비수들이 따라붙자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을 하며 수비진을 연거푸 제친 뒤 아크 정면에서 반 박자 빠른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첼시 소속으로 올 시즌 에버턴 임대선수로 활약하는 루카쿠는 올 시즌 27경기에 출장해 팀내 최다인 13골, 6도움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에서 임대로 뛰며 17골을 올렸다. 아직 21살로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의 뒤를 이을 ‘괴물 공격수’로 성장할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드로그바 역시 지난달 “루카쿠의 성장 속도는 나보다 빠르다. 같은 나이 때의 나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한 바 있다.
루카쿠의 맹활약이 에버턴에게는 축복이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는 근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벨기에 대표팀의 공격수로 출전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애초 벨기에의 주포는 같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벤테케(24·애스턴빌라)였다. 벤테케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19골, 올 시즌에도 부상 전까지 10골을 집어넣은 정상급 공격수이지만 얼마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발됐다. 그의 대체 선수로 루카쿠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루카쿠는 벤테케에 비해서는 아직 국가대표의 주전 공격수가 되기에 경험이 부족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면 벤테케 못지 않다. 오히려 다소 호리호리한 벤테케(키190㎝·몸무게 83㎏)에 비해 루카쿠의 체격 조건이 한국 수비수가 상대하기에 더 까다롭다. 또 올 시즌 루카쿠는 오른발잡이지만 오른발로 4골, 왼발로 7골 기록하는 등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벤테케는 올 시즌 왼발로는 단 2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헤딩골은 루카쿠(2골)에 비해 벤테케가 5번 기록해 제공권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 전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루카쿠의 헤딩 능력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한국은 6월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만큼 16강 진출의 운명이 갈릴 중요한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홍명보호’로서는 루카쿠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