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산 현대-전북 현대의 맞대결로 개막하는 2023 한국프로축구 K리그가 40살 불혹을 맞았다. 1983년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첫발을 뗀 이후 40년간 그라운드에서는 매해, 매경기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5일 ‘현대가 더비’를 시작으로 펼쳐질 228경기는 또 다른 파노라마를 예고한다.
<한겨레>는 K리그 40주년을 맞아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 40명을 선정했다. K리그1 열두 개 구단 감독과 주장의 자문을 바탕으로 명단을 추렸다. 앞으로 261일 동안 축구팬들을 희로애락의 드라마로 몰아넣을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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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조규성·황의조, 국산 골잡이 3파전?
주민규(33·울산)는 지난 두 시즌 연속 리그 최다골을 넣었다. 2021년
외국인 선수 득점왕 시대를 끝냈고, 이번엔 우승을 쫓아 ‘디펜딩 챔피언’
울산에 합류했다. 울산의 주장 정승현은 “상대편일 때는 최악, 우리 편일 때는 최고의 선수다. 그라운드에서 (나와) 멀어져서 굉장히 좋다”라며 직접 부딪혀본 수비수 입장에서 찬사를 보냈다.
또 다른 국산 주포로는 전북의 조규성(26)과 FC서울의 황의조(31)가 있다. K리그1 감독과 주장 22명 중 세 명은
카타르월드컵 활약에 이어 올여름
유럽 진출 동기 부여가 확실한 조규성을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점쳤다. 세 표를 받은 선수는 조규성과 주민규 둘뿐이다. 단기 임대로
6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황의조 역시 국산 스트라이커 득점 경쟁 3파전에 가세했다.
‘닥공’ 축구의 선봉도 즐비하다. 지난해 팀 득점 2위(56골)를 기록한 수원FC에는 이승우(25)와 라스(32)가 있고, 6강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FC에서는 ‘최용수 키즈’ 김대원(26)과 양현준(21)이 건재하다. 전북은 스피드가 뛰어난 이동준(26)을 복귀시켜 새로운 ‘붐’을 기대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김승대(32)와 고영준(22)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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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윤빛가람·신진호, ‘축구도사’ 이적생
‘에이스들의 전장’이라고 할 만한 중원에서는 굵직한 이적이 빈발했다. 겨우내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수원 삼성은 전북에서 김보경(34)을 데려왔다. 2019년 리그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바 있는 김보경에 대해 이병근 감독은 “팀에 필요했던 ‘기술자’가 보강됐다”라며 반겼다. 연고지 라이벌 수원FC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윤빛가람(33)을 영입했다. 이승우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카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첫 출전을 앞둔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커리어 하이’를 구가했던 미드필더
신진호(35)의 합류로 이명주(33)와 함께 탄탄한 중원을 구축했다. 전북은 수비라인에 정태욱(26)이라는 젊은 피를 수혈했다. 전북 팬들은 그가 ‘왕조 재건’을 꿈꾸는 김상식호의 든든한 후방 방벽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2부 리그를 압도하며 ‘1부 직행 승격’을 일군
이정효 감독의 광주FC에서는 수비수 안영규(34)와 윙어 엄지성(21)이 눈에 띈다. 둘은 지난해 K리그2 시즌 베스트11에 들었고 안영규는 최우수선수 상도 받았다. 8년 만에 1부로 생환한 대전 하나시티즌에서는 국가대표 수비수 조유민(27)과 레프트백 서영재(28)가 기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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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구자철·백승호, ‘믿고 쓰는’ 주전조
울산의 진용은 리그 정상급이다. 바코(30), 이규성(29), 엄원상(24) 등이 2연패 목표를 일굴 공신으로 첫 손에 꼽힌다. 바코는 팬들 사이에서 ‘탈압박 장인’으로 불리는데, 동료 정승현은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수”라고 평한다. 중원의 균형추 이규성은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울산의 전술을 완성하는 선수”다. 성장세가 가파른 울산의
가속 페달 엄원상도 매섭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골키퍼 김동준(29)의 안정감과 윙백 안현범(29)의 대체불가 역량으로 탄력을 높였다. 남기일 감독은 안현범에 대해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해설위원 역할에서 돌아온 구자철(34)의 활약 여부도 제주 팬들의 관심사다.
FC서울은 주장 일류첸코(33)와 미드필더 팔로세비치(30)의 리더십에 거는 바람이 크다. 지난 시즌 한때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대구FC에서는 팀 내 최다 득점(13골) 주인공인 고재현(24)의 변함없는 실력발휘가 필요하다. 전북에서는 어느덧 K리그 3년 차를 맞는
백승호(26)가 중심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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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유리·티아고, ‘브라질 공격수’ 승자는
올 시즌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쿼터가 ‘5+1’명(외국인 5명+아시아축구연맹 국적 1명)으로 확대되면서 외국인 선수 활약 변수는 커졌다. 대구는 K리그 통산 80골53도움을 기록한 간판 세징야(34)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 다섯을 모두 브라질 출신으로 채웠다. 최원권 감독은 새로 합류한 바셀루스(25)를 가리켜 “가진 능력이 많다”라고 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은 경남FC에서 2부 득점왕에 오른 티아고(30)를 영입한 뒤 “그의 헤더는 이미 리그 탑클래스”라고 주장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삼바축구의 유리(25)를 두고,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주민규 공백을 메울 실력자”라고 평했다. 광주에는 산드로(33)가 뛰고 있고 수원 삼성은 바사니(26), 포항은 제카(26) 등 브라질 선수를 충원했다.
이 밖에 인천에서 일취월장한 K리그 3년 차의 센터백 델브리지(31)와 제주에서 이적한 드리블러 제르소(32)는 인천 ‘조성환 사단’의 파괴력을 높일 주요 선수들이다. 강원에는 미드필더 알리바예프(29)가 최용수 감독과 재회해 공수 연결고리로서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