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서 14일(현지시각) 열린 ‘장미의 월요일’ 축제에 등장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 풍자 조형물. 인판티노 회장을 돈다발을 물고 축구공을 파괴한 인물로 묘사했다. 쾰른/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 클럽월드컵을 유치했다. 세계 축구 판도를 두고 벌이는 힘 싸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피파)과 중동 사이 밀월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분위기다.
피파 평의회는 만장일치로 사우디아라비아를 2023 클럽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했다고 15일(한국시각) 밝혔다. 클럽월드컵은 세계 6개 대륙 국제대회 챔피언과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참여하는 무대로, 클럽팀 내 세계 1위를 가리는 대회다. 이름 그대로 클럽계 ‘월드컵’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브라질, 스페인,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카타르에 이어 6번째 개최국이 된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영향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프로 무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등 유럽 대형 구단을 인수하며 입지를 키웠다. 올해 초에는 최고 인기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우디 알나스르에 이적했다. 여기에 더해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유치하고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후원사로 참가하는 등 국가 대항전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피파 월드컵 개최도 노린다. 대회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나 인프라 건설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오일 머니를 앞세워 월드컵을 유치한다는 계산이다. 앞서 미국 <폴리티코>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개최를 추진하는 그리스와 이집트에 ‘경기장 건설 등 개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대신 경기 75%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오른쪽 셋째)이 12일(한국시각) 모로코 라바트 물레이 압델라 왕자 경기장에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이 맞붙은 2022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라바트/AFP 연합뉴스
눈에 띄는 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과 피파 사이 관계다. 피파는
스포츠 워싱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일 머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축구 패권 다툼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을 누르기 위해 중동 쪽 자금력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피파는 클럽월드컵 참가국을 2025년부터 7개에서 32개로 늘리고, 개최 주기도 월드컵처럼 4년으로 바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대항마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큰 돈이 필요한데, 중동이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실제 피파는 중동 특수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피파는 이날 평의회 결과를 발표하며 수익도 공개했는데, 2019∼2022년에 76억달러(약 9조6900억원)를 벌어들였다. 사상 최고 수익이다. 피파는 2023∼2026년에는 110억달러(약 14조원)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